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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Apr 18. 2021

회사 갈 때 뭐 입지?

풀리지 않는 난제 #2

정장만 입으라고 강요하던 회사가 복장 자율화를 선언했다. 다른 회사가 정장을 강요하지 않자 처음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무거나 입으란다.


교복과 같은 정장을 벗어던지고 주말 출근에나 입던 청바지를 평일에도 입자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단색 재킷이 아닌 체크무늬 재킷을 이제 입어도 된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복장 자율이면 회사에 후드티를 입고 가도 되는 걸까? 치마가 너무 짧다고 여선배에게 지적을 받던 여자 신입사원들은 이제 그렇게도 좋아하는 미니스커트를 자유롭게 입어도 되는 것일까? 회사에서 정한 기준은 무엇일까? 정말로 '자율화'일까?


시간이 지나니 정장이 아닌 캐주얼을 입는 것도 적응이 되어간다. 나 스스로의 기준은 내가 일하기 편한 복장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정장이 편했기 때문에 원래 있던 정장을 입으면서 조금씩 변화를 모색했다. 단색 블라우스를 꽃무늬 블라우스로 바꾼다든지, 정장 치마 대신 청바지를 입는 식의 변화다. 앞코가 있던 굽이 아주 조금 있던 구두는 슬립온이나 심지어는 워킹화로도 바뀌었다. 그렇게 차츰 나는 내게 맞는 캐주얼을 내 작업복으로 끼워 맞추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 옷장의 많은 옷들을 들여다보면 입을 옷이 없다. 나는 엉덩이를 덮어주는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상의를 선호하는데 요즘 영캐주얼은 배꼽 위로 올라가는 상의가 유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뭐, 원피스 수준이다. 엉덩이를 덮어주는 옷을 많이 만드는 브랜드가 있다면 나는 그 브랜드만 공략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복장 자율화에 점점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정장만 고수하던 임원들도 청바지에 갈색 신발을 신고 오면서 캐주얼한 느낌을 준다. 물론 항상 넥타이는 메지 않는다. 어색했던 모습도 점점 사라진다.


이제는 까만 슈트에 넥타이를 하고 온 사람을 발견하면 그렇게 답답해 보일 수 없다. 가끔 멋지게 차려입고 온 여성들을 발견하면 대부분 젊은 여성이고, 그들은 거의 100% 임원의 비서임을 알 수 있다. 비서는 왜 복장 자율화를 시키지 않는 것일까? 오히려 정장을 입은 직원이 비서로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정장을 입는 이유는 아마도 잘 모르는 상대방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하고 신뢰를 주기 위해서 인 것 같다. 그런데 탈 정장이 되서일까? 요즘은 정장 입은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촌스럽고 고지식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정장을 입었다면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러 온 사람, 혹은 비서로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여의도를 가면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대부분 쫙 빼입은 정장을 입고 높은 빌딩을 활보하는데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나는 어디 촌구석에서 온 방문객 같다. 혹시 몰라 정장을 못 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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