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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Apr 17. 2022

회사에 왜 오빠가 존재할까

오빠 생각

신입사원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거슬리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바로


오빠


여직원들은 산입사원 교육에서 친해져 가지고 와서는

"오빠~"

"그런데요, 오빠가요~"

공사 구분 못하고 오빠~를 남발한다.


그 말을 듣는 오빠는 기분이 좋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 말을 듣는 여자 동료이자, 언니이자, 상사는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꼬여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어린 여자가 사회생활을 보다 더 잘하기 위해 남자들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간혹 사내 남성들 중에 여자들 말투를 흉내 내며 자신이 '오빠'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빠, 오빠는 왜 맨날 늦게 들어오는 거야?"

"오빠, 오빠는 왜 그래?"

라고 했단다.

아내나 여자 친구의 직접 화법을 흉내내고 자신이 나이 많은 오빠임을 강조하는 남자들이다.

어린 여자랑 결혼한 것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이 차가 많이 날수록 어깨뽕이 올라간다. 

오빠인 것이 자랑스럽나 보다.  

'오빠'호칭을 들으면 알 수 없는 파워가 샘솟나 보다. 


오빠는 나이 어린 여자의 나이 많은 남자에 대한 호칭. 그것도 아무나도 아닌 친한 사람에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이다. 오빠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호칭이라는 함축적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에서 쓰이는 오빠라는 단어에는 '당신은 사회적으로 멋져요.', '나는 당신과 친해요.', '나를 예쁘게 봐주세요.', '나는 어린 여자니까 많이 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악한 '여동생'들은 남자들이 좋아할 '오빠', '오빠'라는 호칭을 이용하여 사회생활을 이어간다. 특히 직장생활에서의 '오빠'라는 단어와 술자리에서의 '오빠', 술집에서의 '오빠'는 동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친분으로 위장하여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남성 중심의 경제 사회에 맞추려는 의도처럼 느껴져서 더 거슬린다. 


물론 친하면 오빠라고 부르고 멋진 사람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나이불문, 멋있는 사람은 다 '언니'라고 하는 뒤늦은 요즘 트렌드처럼.

살다보면 오빠라 부르고 싶고, 언니라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곳은 직장이다.

벤처는 그렇다 쳐도, 동아리 모임은 그렇다 쳐도. 팬클럽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업무 중일 때는 업무에 맞는 화법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회사에 언니도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일까. 그럼 나도 언니라고 불러야지. 왜 언니라고 안 부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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