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진정한 인간관계란 존재할까
일과 우정 사이
학교를 졸업하고 새롭게 첫 직장에 발을 디뎠을 때 만났던 우리들.
그때 만난 우리들 중 일부는 아주 좋게, 잘 지낸다.
모두 회사를 떠나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며 그렇게 잘 지낸다.
하지만 거기에 빠져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왜 우리는 인생의 친구가 되지 못한 걸까.
1. 나를 이성으로 봤다. 누군가를 이성으로 보는 순간, 친구로 남을 수는 없는 법.
2. 나를 경쟁상대로 봤다. 동료가 아닌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할 상대로 봤다면, 역시나 인생의 친구로 남을 수는 없는 법.
3. 성향 자체가 나랑 맞지 않다. 굳이 안 맞는 사람을 내 인생의 울타리로 끌어드릴 필요는 없는 법.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여러 직장을 거치며, 또 많은 사람을 경험하며 나는 내 스타일대로 나다운 인간관계를 생성했다. 애쓰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형성됐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내게 중요했던 '멘토'는 어느 순간 필요 없는 것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내 업무 고민을 논의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일에 간섭하는 것이 싫어졌다.
물론 시킨 사람의 의도에 잘 맞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fact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누군가의 조언이 중심이 될 필요가 없어졌다.
요즘은 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다.
무엇하나 뾰족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하나 그르치는 법이 없는 나는 참 잘 써먹기 좋은 일꾼이다. 하지만 '써먹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예전처럼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쓰임 받는 것 자체로 만족했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내가 한 일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좋았다.
지금은 쓰임 받는 것이 이용만 당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쾌하다.
업무적으로도 너무 좋고 함께 일해서 더 좋은 사람인 것 같다가도, 결국엔 일로 만난 사이어서, 일 때문에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울적하다. 참 괜찮은 상사가 나를 찾아주고 내게 자꾸 일을 주려고 한다는 것에 잠시 기쁨을 느끼면서도, 언제까지 이렇게 이용만 당하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허탈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좋은 회사 선후배로 남을 것인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젠가 이곳을 떠날 사람들인데. 그때가 되어봐야 우리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쌓았다는 것을, 인생의 좋은 동료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각자의 생존을 위해 서로 의지하고 협업을 하고 있을 뿐. 그런 까닭에 회사에서 '인정(人情)', '진정한 인간관계'를 바라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에 어리석은 바람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