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밀접촉을 줄이고 마스크를 필수품으로 여겨야 했던 인류에게 코로나 백신의 개발과 보급은 한줄기 희망이 됐다. 소수에게 발생 가능할지도 모르는 부작용 우려보다 확실하게 감염자 수를 잠재우는 것이 더 중요했던 정부는 노인과 감염 취약계층부터 차례로 백신을 공급했고, 이젠 정부가 원래 목표했던인구 대비 접종률 70%도 달성했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18세 미만 청소년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안 맞을 건데요.
내가 가장 많이 한 답이다.
백신 안 맞겠다고 하는 내게 부모님이 걱정하며 하는 말은 "남들이 너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야"다.
하지만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내게 "이상하다"는 말을 한 사람은 없다. 속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는 이해해줬다.
"나도 애만 없으면, 가족이 맞으라고만 안 하면, 안 맞아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회사에서 쉬게 해 주니까 맞아요.", "맞으면 이제 밤에 술 마실 수 있잖아요."라는 말도 많았다.
사랑하는 가족 때문에, 회사에서 주는 혜택 때문에, 코로나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사람들은 백신을 맞았다. 물론 예방을 위해서도 맞았다. 7월부터 전 국민으로 확산된 백신 접종은 4개월이 지난 지금 내 주변에서 안 맞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가 됐다. 어딜 가도 안 맞은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나는 왜 공짜로 맞혀준다는 백신을 맞지 않는가.
맞는 것도, 안 맞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으면 물론 당장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점점 더 강해지고 변이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그에 대응해 인류는 더 강한 백신을 개발해야 하고 우리는 더욱 강한 화학물질을 몸에 주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물질에 대한 인체의 무해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 위한 응급처치이자 임시조치일 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며 그 부작용이 무엇일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없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긴급구호가 필요한 오지에 가야 해서 말라리아 약을 복용한 적이 있다. 내가 처방받은 약은 주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말라리아 예방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했다. 초반에는 말라리아에 걸릴까 봐 무서워 약을 열심히 먹다가 결국 약 먹기를 중단했다. 약이 너무 독해서 긴급구호 활동은커녕 아무것도 못하고 쓰러져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탈모로도 고생을 했다. 세월을 통해 입증된 말라리아약도 내 몸과 정신을 약하게 하는데, 지금 막 개발된 코로나 백신은 과연 내게 어떤 플러스 요인을 줄까 싶다. 그래서 차라리 안 맞기를 선택했다.
아직 백신을 안 맞았다는 이유로 큰 불편을 경험하지 못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백신을 안 맞는다고 해서 나를 자르겠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백신을 맞아야만 출전 가능한 올림픽 대회를 나가는 국가대표 선수도 아니다. 백신을 안 맞았다고 식당에서 나를 못 들어오게 하지도 않는다. 백신을 맞았다고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백신 맞으면 안심하고 노래방을 갈 수 있을까? 온천을 갈 수 있을까?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다를 것이다. 백신 안 맞겠다는 나의 의지는 한풀 꺾일 수 있다. 차츰 백신 패스 등의 적용으로, 다름으로 인한 다른 대우가 보편화될 것이다. 새로운 계급사회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과연 나는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