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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Dec 10. 2021

연말의 조직개편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직장인에게 연말의 하이라이트는 조직개편이다.

칼바람이 불고 많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난다.

그리고 남은 사람 중 일부가 승진하여 그 자리를 채운다.


누군가에겐 아픔.

누군가에겐 기쁨이다.


사실 기쁜 자는 승진한 사람뿐이다.

인사 발표 이후 일어나는 조직개편은 99%의 회사 구성원을 고려하지 않은 그들만의 잔치가 된다.  

조직을 다 헤집어 놓고 잘린 임원의 뒷수습은 고스란히 남은 자의 몫이다.

일반 사원들은 누군가에게 간택을 당하거나 자동적으로 소속당하게 되는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된다.

팀이 바뀌고 팀원이 바뀌고 팀장이 바뀌고 수장이 바뀌는 진정한 개편이 이루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리더를 발표하자마자 새로운 줄이 생긴다.

그리고 그 줄에 올라타려는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들이 눈에 보인다.  

사라진 리더의 뒷모습은 쓸쓸하기는커녕 보이지도 않는다.


어떻게 저 사람이 상무가 될 수 있지?

어떻게 가 팀장이 될 수 있는 거야?  

모두 새로운 리더의 등극을 기대하며 길을 잘 닦고 줄을 잘 선 덕이다.

이것이 그들의 성과라면 성과다.  




요즘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고 있다.

분명 정조와 성덕임의 사랑 이야기인데 더 잘 보이는 것은 간신, 처절한 복종, 더 나은 삶을 위한 암투. 승진(더 나은 계급)에 대한 열망이다.

회사 생활과 궁 생활이 어쩜 이렇게 똑 닮을 수 있을까.  


최고 권력자인 왕은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요직에 앉혀두고 성은을 베푼다.

간신들은 권력을 얻고자 왕의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방도를 모색하고 무리 짓거나 경쟁한다.

간신들이 눈을 가리자 왕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요직에 앉은 자들은 성은이 만극한 척 충심을 보이며 권력 유지를 위해 스스로가 살 방도를 모색한다.

최고 권력자인 왕에게 밉보이면 목이 날아간다. 생존 싸움이다.


이 모습은 우리나라 조직에게 대대손손 내려오는 역사와 전통이란 말인가.  

성군과 어진 리더보다 암투와 모략만이 난무하는 것만 보이는 것은 회사가 위태롭단 얘기가 아닐까.

충성과 열정을 빙자한 사내정치는 생존을 위한 필수 덕목일까.


일반 백성들의 삶은 궁 밖 저 멀리 있다.  

궁 안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만날 수도 없는데 언제나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궁 안의 왕.

그 아래 왕의 눈치를 살피며 의견을 제시하고 백성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궁 안의 왕의 사람들.

궁 안의 왕의 사람들 의견 중에서 선택하여 정책을 펼치는 궁 안의 왕.

그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궁 밖의 힘없는 백성.


궁 밖의 일반 직장인은 궁 안에서는 들리지도 않을 말을 외쳐본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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