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양성이었으면 좋겠다

증상은 있는데 음성인 가족의 고충

by shadow

아버지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동선이 가장 많이 겹치는 밀접촉자다.

아버지는 그래서 내게 '최측근'이라고 부른다.


재택치료로 전환한 시점이라, PCR 검사 결과 음성인 나는, 밀접촉자의 가족이어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방침에 따라 회사는 나갈 수 없어 일주일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다음 날부터 나는 몸이 점점 피곤해지더니, 그다음 날에는 오한, 두통, 몸살기,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이 심해졌다. 열이 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코로나 증상이 내게 발현되고 있었다.

음성 판정을 받은 PCR 검사 결과가 잘못됐나 싶어 불안해졌다.

나는 괜찮지만 다른 가족에게 추가로 감염을 시키면 큰일 날 노릇이었다.


그래서 몸살기의 몸을 이끌고 으슬으슬 떨며 긴 줄을 서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차라리 양성이어라. 마음이라도 편하게...'

나의 얄팍한 바람과는 달리 얄궂게도 결과는 또 음성이었다.

집에 돌아와 혼자 점심을 먹는데 왕성하던 식욕도 사라졌음이 느껴진다.

'아... 코로나 같은데...'


재택근무를 하는 내게 회사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다.

내가 증상을 말하면

"코로나 같은데? 검사 다시 해봐"라고 말한다.


저녁에 어머니가 약국에서 사다주신 각종 약을 입에 다 털어 넣었더니 신기하게도 잠시 후 식욕도 돌아오고 오한도 사라졌다.

그냥 감기몸살이 왔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날 심하게 목이 따끔거리면서 아팠다.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으면 사람들은 묻는다.

"아니, 목소리 왜 그래요?"

자초지종을 말하고 차라리 양성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어떤 분은 미안한데 너무 웃기다며 재밌어한다.


증상은 위험한데 코로나가 아니니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별문제 없이 활동했겠지만 내가 혹시 코로나 확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활동을 하기 어렵다.

코로나 증상은 있지만 코로나 환자는 아니니 공식적으로 휴무를 선언하고 재택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이 정도가 되면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는 편이 낫겠다 싶다.


아는가, 코로나 증상은 있는데 코로나는 아닌 사람의 고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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