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덤덤했지만, 키트가 양성이 나왔으니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와 생활 동선이 가장 많이 겹치는 밀접촉자로 불안한 마음에 나도 약국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사 와 검사를 해 봤다.
다행히 나는 C 옆에 한 줄만 뜬다.
"이런 게 음성인 거예요, 아버지"
다시 한번 아버지는 코로나 가능성이 높으니 준비해야 함을 인식시킨다.
일단 내게 필요한 물품을 옮겨서 다른 쪽 화장실로 옮겼다.
그리고 아버지를 방에 가뒀다.
하지만 격리가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는 수시로 밖으로 나왔다.
밥도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나와 식탁에서 먹고, 필요한 물품도 가져갔으며 청소기도 돌렸다.
나도 아직은 심각하지 않게 대응했다.
교훈 : 무조건 약간의 증상이 있는 사람과는 격리를 하자.
Day2 - 토요일
아버지의 부정 및 바람과는 달리 나의 예상이 맞았다.
아버지의 PCR 결과는 양성이었다.
양성 문자가 온 다음, 몇 시간 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기저질환자라 매일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재택치료지만 그나마 아버지에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양성으로 나왔으니 동거인인 나와 어머니는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특히 나의 경우는 양성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덤덤하게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를 받고 돌아오는 길 다이소에서 소독약을 샀다.
원래 아버지가 쓰던 용기에 식사를 담아 방에 가져다줬다.
아버지는 여전히 방에서의 격리가 익숙지 않아 방문을 열어놓고 화장실을 가는 등 불안한 격리생활을 했다.
환기는 거실 쪽으로 하지 말고 베란다 쪽으로 하라고 주의를 줬다.
안방이 딸린 방을 내어주고 격리를 시켰어야 했는데 본인 의지에 따라 그러지 못해 내가 더 불안했다.
가뜩이나 기침하는 목소리가 큰데 더 크게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에는 다이소에 가서 저렴한 가격의 전용 밥그릇을 사 왔다.
이번에 사용하고 모두 폐기하기 위해서다.
설거지는 화장실에서 아버지가 하도록 했다.
교훈 : 아무리 격리를 철저히 했어도 방역엔 구멍이 있다. 일단 스스로가 감염자와 동선이 유사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를 막기 위해 외출은 삼가자.
Day3 - 일요일
나와 어머니는 PCR 음성 문자를 받았다.
오전에 현관 앞에 재택치료를 하는 아버지를 위한 확진자 전용 키트가 놓여있었다.
잡중관리군을 위한 것으로 상비약과 체온계, 산소포화기 등이 들어있었다.
아버지는 이걸 받으러 또 나가려 했다.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
환자를 위한 점심은 특식이다!
스시를 포장해 와서 다이소에서 산 그릇에 담아 아버지가 격리된 방 문 앞에 두었다.
포장용기는 잘 씻어서 다음번에 필요시 사용하려고 보관해두었다.
나는 밖에 나가지 않고 거실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봤다.
아버지 때문에 너무 신경을 썼나.
평소 같으면 책을 3~4권 정도 읽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을 텐데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쉬었다가 다시 펼치기를 반복하며 책 두 권을 겨우 읽었다.
교훈 : 증상은 서서히 찾아온다. 일단 의욕이 사라진다. 약간 아플 때 기운이 없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때 스스로 감염을 의심해 보자. 더욱 전파를 조심하자.
Day4 - 월요일
기침 때문에 잠을 설쳤다.
집에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의 회사 지침에 따라 나는 PCR 검사가 음성임에도 이번 주 내내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피로해진 몸은 점점 안 좋아지더니 오한, 두통, 인후통, 기침 등이 복합적으로 생겼다.
몸에 가습기 물방울이 닿으면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살이 에는 것 같았다.
너무 아프면 아무것도 못 할 테지만 또 그 정도는 아니었다.
재택근무는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가만있으면 통증이 심하게 느껴져서 차라리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 아픈 것이 불안해서 다시 선별진료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차라리 양성이어라...'
기다리면서 아버지와 같은 두 줄이 나오길 바랬지만 또 음성이었다.
식욕도 없다.
선별진료소에서 돌아와 밥을 먹는데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토요일까지만 해도 식욕이 폭발한 기억이 난다. 지금의 상황은 너무 대조적이다.
'아무리 봐도 코로나인데...'
식욕과 함께 업무 의욕도 사라지는데 회사 일은 점점 늘어난다.
자꾸 연락이 와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달란다.
그런데 코로나가 음성이고 휴가는 아니어서 일은 해야 한다.
점점 한기는 심해진다.
가습기는 껐고 난방은 더 높이 올려도 춥다.
불안해진 어머니가 약국에서 약을 잔뜩 지어왔다.
그 약들을 먹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발바닥에서 방바닥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갑자기 식욕이 폭발했다.
과자를 비롯한 무언가가 계속 먹고 싶어졌다.
대신 졸음이 왔다.
약을 또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교훈 : 코로나 양성만 인정해 주는 더러운 세상! 이날 나는 제일 아팠는데 음성이라 너무 많은 일을 했다. 그리고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무취의 향이랄까. 이때부터 나는 후각을 잃고 있었다.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Day5 - 화요일
아침부터 목이 따끔거린다.
약을 먹은 후로 몸살 기운은 없는데 목이 너무 아프다.
어제부터 먹기 시작한 용각산 캔디를 계속해서 먹는다.
네스프레소 커피도 계속 마신다. 커피의 쓴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따뜻하니 좋다.
기침도 난다.
'이럴 거면 차라리 코로나였으면 좋겠어.'
겨우 일어나 앉아 재택근무에 들어간다.
세수도 귀찮고 양치질도 귀찮다.
오늘따라 또 업무적으로 연락 오는 사람들이 많다.
급하다고 재촉하는 사람도 많다.
아픈 목으로 최대한 안 아픈 척하며 말은 하고 있지만 사실 목이 너무 아프다.
전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왠만하면 메일을 좀 썼으면 좋겠다.
코로나 음성이어서 양성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다.
저녁이 되자 아버지에게서 문자가 온다.
"내일 PCR 검사받으러 가야 하는 거 알지?"
나는 목요일에 받는 줄 알고 있었다.
가족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으면 확진자가 PCR 검사를 받고 일주일 후에 격리 해제되기 전날,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버지는 목요일 24시, 금요일 0시에 격리해제에 들어간다. 따라서 나는 내일 수요일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가 차라리 양성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뭐? 이 지겨운 생활을 나보고 또 하라고?"라는 답변이 온다.
아버지는 나의 양성 여부와 상관없이 격리해제 될 수 있는 걸 모르나 보다.
교훈 : 이날도 나는 무취의 향을 느꼈다. 계속 후각을 잃고 있는 중이었던 것 같다. 역시나 코로나 양성만 인정해주는 세상! 나는 목이 너무 아프지만 계속 통화를 해야 했다. 사람들아, 코로나 확진받은 사람한테 전화는 하지 말자. 말하기 너무 힘들다.
Day6 - 수요일
여전히 목이 따끔따끔 아프다.
기침도 심하게 한다. 코로나 이전에 감기가 걸렸을 때의 내 모습이다.
(나는 감기에 걸리면 늘 기침을 심하게 했다)
입 주변에는 작은 물집이 두드러기처럼 포진되어 있다.
내가 많이 아프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오늘은 아버지를 위한 구호식량이 왔다.
김, 쌀, 반찬 등이 들어 있었는데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다 끝나가는 상황에 보내 줄 거면 차라리 안 보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 확진자의 격리해제일 D-1일 이기 때문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
줄을 서 있으면 자꾸 옷깃을 스치는 분들이 있다.
요즘 같은 때에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평소같으면 가만 있었을 텐데, 짜증 섞인 말도 해보고 인상도 찌푸렸다.
나는 검사지에 나의 증상을 잔뜩 체크하고 검사를 받았다.
오늘따라 검사하시는 분께서 코끝 아주 깊숙이 면봉을 밀어 넣은 것 같아서 아팠지만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러웠다.
돌아와서 옷에 소독 스프레이를 잔뜩 뿌렸다.
업무를 하다 방에서 나오니 빨랫비누를 가지러 가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레이더에 포착됐다.
내가 대신 가져다 줬다.
오늘은 재채기를 심하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교훈 : 재채기를 심하게 하는 것은 이제 사람들에게 전파를 할 수 있다는 위험 단계인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몸은 어제 그제가 가장 아팠지만, 전파력은 오늘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그리고 부탁이다. 코로나 환자에게는 전화로 안부를 묻지 말자. 코로나 환자는 홀스와 목캔디는 많이 구비해 두자!! 나의 경우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다.
Day7 - 목요일
온라인 화상 회의를 중이었다.
화상 회의가 두 개가 겹쳐서 하나는 PC에 연결하고 하나는 모바일로 연결을 했다.
한참 양쪽을 오가며 내용을 확인 중인데 조카들 유치원 등원을 시키고 돌아온 어머니가 문을 벌컥 열고 묻는다.
"야! 나 양성이래! 너는?"
나는 내가 당연히 음성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검사를 해도 음성이어서.
근데 문자를 보니 양성이다.
차라리 속이 시원하다.
회의를 마치고 팀원들에게 내가 양성 판정을 받았음을 알렸다.
나는 이제 일주일간 휴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무리할 업무가 있어서 내일부터 휴무를 하기로 했다.
또 회사 방침에 따라 일주일이 지나도 3일 이상을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하아! 이게 차라리 낫다!
나는 아버지가 증세가 안 좋은 날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 인해 회사 사람들에게 추가 감염 시킬일은 없었다. 다만, 코로나 음성이 계속 나와서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했다.
아버지는 아직 격리 해제 전이지만 어머니와 나의 양성 소식을 듣고 활동 반경이 자유로워졌다.
방에서 나왔다.
집중관리군인 어머니는 오전에 질병관리청에서 역학조사 설문이 왔고, 오후에는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일반관리군인 나는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연락한 보건소 직원의 전화를 대신 받으며 나는 왜 연락이 안 오냐고 묻자 나는 일반 관리자라 업무가 밀려 있어서 내일쯤이나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에서 오후에 역학조사 질문지 링크가 문자로 도착했다.
작성을 마치고 휴식에 들어갔다.
코로나 확진이지만 지난 월, 화, 수보다는 증상이 적은 것 같다.
대신 재채기가 계속해서 난다.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기 좋겠구나 싶다.
교훈 : 외출했을 때 홀스와 같은 목캔디를 많이 사 오자.
Day8 - 금요일
본의 아니게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생활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나는 집순이 체질이라 그런지 사실 불편함을 모르겠다.
게다가 오늘은 공식 휴무니까 마음이 놓인다.
미각이 없는 것이 느껴진다.
커피맛도 쓰지 않고 자꾸 따뜻한 것을 찾게 된 것도 내가 미각을 느끼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어머니가 냄비에 든 누릉지를 코 앞에 갖다 대며 이 누룽지 냄새도 느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느껴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재택 치료 키트가 도착했다.
히지만 내것은 오지 않았다. 안 온다.
목 아픔은 덜하지만 계속해서 기침과 재채기를 했다.
평소 나는 감기에 걸리면 기침을 심하게 하는 편이어서 어머니는 내가 이러다 밤에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실려갈 곳이 없을까 봐 더 걱정이었다.
보건소에서는 문자가 하나 왔는데, 증상이 심해질 경우 연락하는 긴급연락처뿐이다.
보건소에서는 이제 일반관리군에 해당하는 재택 치료자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나 보다.
교훈 : 60세가 넘지 않았다면 일반관리군이고, 스스로의 몸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보건소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 감기약을 먹으면 증상이 조금 완화된다.
Day9 - 토요일
한가한 토요일이다.
그냥 여유롭게 지내면서 푹 쉬려고 하고 있지만 쌓아만 두고 읽지 않은 책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차라리 책 읽고 리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침과 재채기를 제외하면 증상은 많이 완화된 것 같다.
격리가 해제된 아버지가 또 감염될 수 있으니 밖을 나올 때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있다.
교훈 : 이제는 집에서도 수시로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ㅠㅠ
Day10 - 일요일
한가한 일요일이다.
증상이 완화 되었는지 책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커피를 많이 마셔도 졸린 것은 여전하다.
오늘 반납예정이었던 도서관에서 빌린 책 책 3권을 모두 읽고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반납해줄 것을 요청했다.
내가 나갔다 올까도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자진해서 다녀와 주셨다.
오후 늦게 격리 통지서가 날아왔다.
참 일찍 온다.
Day11 - 월요일
회사는 휴무다.
어머니가 아침에 구호물품으로 받은 육개장을 개봉했는데 육개장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후각이 돌아왔나 싶다.
아주 자극적인 맛의 감바스 밀키트를 요리해봤다.
어머니는 너무 짜다고 하는데 나는 맛이 아주 미묘하게 느껴진다.
미각은 돌아오는데 후각보다 더 시간이 걸리나보다.
기침과 재채기는 많이 잦아들고 몸의 상태는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Day12 - 화요일
어머니에게는 내일부터 격리해제를 해도 좋다는 전화가 왔다는데 나는 아무런 메시지도 오지 않는다.
마지막 날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 요양을 하는 느낌이고 이제야 좀 쉬는 것 같다.
아쉽다.
기침도 여전하고 아직 후각과 미각은 돌아오지 않았는데 격리 해제라니!!
교훈 : 격리해제가 되어도 증상이 남아있다면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 나의 경우 격리해제 이후 3일간 필수적으로 재택근무를 해야 하지만, 이후에는 회사에 출근했다면 밥을 혼자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기침만 해도 사람들은 나를 째려볼 것이다.
결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는데, 나는 '중' 정도의 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
아주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경미하지도 않았다.
증상이 심한데 음성이어서 고생했을 때가 가장 속상했다.
확진이 되고 격리 7일 차에 가까워질수록 요양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고,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