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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Aug 10. 2022

왜 남자 임원은 여자 부하직원과의 동행을 꺼려하는가

이것도 유리천장이고 차별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여자이기에 활동에 제약이 오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엔 남자 임원이 비즈니스 목적의 해외 출장을 가고, 해외 출장에서 만나는 협력업체와 관련한 실무 전문가가 그 아래 부하 직원인 여자였는데 동행을 거절하는 경우를 보았다. 그 여자가 일을 목적으로 해외 출장을 가고 싶어 해도, 또 가고 싶다고 당차게 의사를 피력해도 소용없었다.


실무에서는 그 여자 직원만큼 잘 알고 잘하는 사람도 없거늘. 분명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텐데, 왜 그 여자 직원은 남자 임원과의 해외 출장 동행에 거절당한 것일까.


물론 임원과 함께 출장을 가면 성가신 일이 참 많다.

동선 하나하나 챙겨야 하고, 임원이고 귀하신 몸이기에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아서, 동행자가 알아서 잘 챙겨야 한다. 같이 가는 입장에서는 본인 업무 목적이 아니고서야 이래저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많다.


하지만 업무 욕심이 있던 그 여자 직원은 그것을 감내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그 이유는, 남자 임원의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혹시 모를 스캔들이 날 수도 있고, 뭐라도 말이 나오면 향후에 골치 아플 것 같은 두려움. 그리고 앞으로 더 나가야 하는데, 혹시라도 이로 인해 불미스러운 소문이라도 나면 안 좋을 것 같은 두려움. 그 두려움 때문에 싹을 아예 잘라버린 것이다.


여자는 좋은 기회 하나를 잃었다.


나는 이것이 성차별이라는 생각이다. 기회는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며 그렇게 스캔들 날 일이 없도록 서로 조심하면 된다. 남자 직원이 따라가겠다고 했으면 그 임원은 아마도 흔쾌히 허락했을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잘못된 처신에서 비롯된다. 부하 직원에게 성희롱을 하지 않으면 되고, 업무 외에 다른 것을 지시하지 않으면 된다.


나 또한 그동안 수많은 높으신 양반들과, 고객사 임원들과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나와 함께 출장을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남자였다. 내가 한 것은 그들의 시다바리였다. 때로는 차량을 예약하고, 호텔도 예약하고, 때로는 통역하고,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현지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등의 잡일이었다.


남자 임원들은 내가 밥상을 잘 차려놓으면 멋지게 차려입고 등장해 잘 떠먹은 후 사라졌다. 세상은 높은 지위의 남자들에 대한 이런 시다바리 업무를 직급이 낮은 여직원에게 시킨다. 비서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여자가 더 잘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다바리여서 억울하고 짜증 날 때도 많다.


이런 걸 모두 수긍하고 해외출장을 함께 가게 되면, 임원과 친해진다는 좋은 점이 있다. 평소에는 업무적인 이야기만 했다면,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공통의 재밌는 추억도 생긴다. 함께 사진도 찍고, 같은 경험을 한다.


하지만 그뿐이지 않은가. 일로 만난 사이.

그 남자 임원은 그 여자 직원을 여자로 본 것일까. 아니면 그 여자 직원을 믿지 못했던 것일까. 시다바리로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님, 정말로 그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회사에 오래 남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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