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저 사람은 왜 팀장인지 모르겠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있다가는 정말 회사를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단 하나의 희망, 여름휴가만 바라봤다.
드디어 나의 유일했던 희망, 여름휴가다.
앞으로 5일간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 기쁘다.
뭘 해야 후회 없이 휴가를 보낼 수 있을까?
뭘 해야 돌아가서도 당분간 뛰쳐나갈 생각을 접을 수 있을까?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난 멍 때리는 데는 소질이 다분하지만 노는 데는 소질이 없다. 내가 즐겨 놀던 방법은 해외 어딘가에서 다음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혼자 신나게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지금은 해외여행도 갈 수 없고 국내 여행도 맘 놓고 할 수 없으니 신나게 놀 수 있는 환경 구성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매일 주룩주룩 비만 오고 있다.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집에서 노래를 부르면 층간 소음이 된다.
아무래도 외부로 무언가를 분출하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은 내게 계속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으므로, 이걸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근데 어떻게 놀지?
뷰 맛집 찾아가서 안구정화해야 하는데!
예전엔 휴식의 필요성도 잘 못 느꼈었다. 지금은 그 필요성을 충분히 느낀다. 업무가 너무나도 많았던 어느 늦은 겨울밤, 청계천 루미날레를 보고 찬 공기를 맞으며 걸었을 뿐이었는데, 엄청난 리프레시가 되는 것을 생생히 경험했다. 잠도 잘 못잔 상태였는데 머리가 맑아졌다.
내 눈을 정화해 줄 그 어딘가를 찾아가야겠다. 근데 어디로 가지?
회사 나가면 해야겠다고 생각한, 못 다한 것을 완성해야 하는데!
바람직하지는 않다. 지금도 브런치에 글이나 쓰며 다음엔 뭘 쓸까를 함께 기획하고 있는 모습이 한심스럽다. 근데 글 한 개는, 이번 휴가 때 완성시켜야 앞으로 마음이 놓일 것만 같다.
내가 8월이 되어 시간이 있으면 하려고 했던 것은, 브런치 글 초안 만들어 놓기, SNS 인플루언서 되는 방법 기획해보기, 파이썬 공부하기, 책 많이 읽기, 운동하기, 굶기 등등등이다. 남들이 일할 때 해보고 싶었던 것은 예쁜 카페에서 글 쓰거나 책 보기, 평일 런치메뉴 섭렵하기, 낮에 영화보기 등등등이다.
휴일엔 자리가 없어서 앉지 못하는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인가?
근데 이럼 휴식이 아니잖아!! 아닌가? 휴식인가?
코로나 시대, 장마에, 꿈꾸던 알찬 휴가 보내기는 그른 것 같다. 그래도 적어도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