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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Sep 17. 2020

사내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몰래하는 당선소감

사내 공모전이 있었다.

참여만 해도 상품권을 준다고 하는데, 마침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어 지원했다.

얼마 뒤, 연락도 없이 사내 게시판과 인트라넷과 엘리베이터 등 이곳저곳에 사진과 함께 당선 사실이 공표됐다.

때문에 많은 축하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창피하기 이를 때 없다.

잊을만하면 축하로 상기시켜주는 사람들.

유형을 다음과 같이 구분해 봤다.  


무조건적 표현형

멋지다며 축하한다며 게시판 댓글이든 카톡이든 사내 메신저로 인증 남겨주는 사람들.

초반 러시 특성이 있다.

쑥스러운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동반한다.  


의심 조건부형

특히 높으신 분들이 이쪽에 속한다.

이 녀석이 대체 어떤 아이디어로 당선이 되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이러이러한 내용이라고 말하면 비슷한 아이디어가 있는 것 같은데 확인은 해봤냐고 물어보거나 내가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논의를 한다.  

예상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평을 들으려고 지원한 거 아니고, 상품권 받으려고 지원한 건데...

창피함과 짜증남이 동시에 밀려온다.


은근슬쩍 언급형

내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상기시켜준다.  

이 부류 중에는 내가 부끄럼이 많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과 나와 별로 친분이 없는 사람들이 섞여있다.

창피함과 감사함을 동반한다.  


나머지 부류들은 무관심, 무관여 원칙을 준수하는 사람들이다.

이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단 한 사람. 내가 공모전 양식을 작성하는 걸 보고, 지금 이런 거 작성할 상황이냐고 핀잔을 준 무능력 낙하산 꼰대 빼고...


곧 잊힐 일이지만, 내가 또 언제 우연히 이런 행운을 잡을 수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러니 창피함도 잠시, 이 상황에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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