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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Mar 08. 2021

오늘 점심, 뭐 먹을래?

풀리지 않는 난제 #1

매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질문.


점심 뭐 먹을래?



내겐 언제나 참 어려운 숙제이자 질문이다.


나 혼자 먹는다고 하면 아무거나 대충, 혹은 그때그때 결정해서 대충 때우면 되는 점심.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라면 이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부담스러운 문제가 된다.  


회사 후배가 묻는다.

"점심에 뭐 먹을까요? 선배님?"

"오늘 뭐 당기는 거 없으세요?"


대답은 해야겠는데...

"음...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디 많이 가나?"


회사 선배가 묻는다.

"뭐 먹을래?"

"뭐 좋아해?"


대답은 해야겠는데...

사실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는데...

여러 생각이 오간다.

'선배가 뭐 좋아했더라?'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많이 기다릴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근처에 또 갈 데가 있었던가?'

'너무 비싸다고 욕하지 않겠지?'

'안 좋아하는데 억지로 가는 거 아냐?'


다시 선배가 묻는다.

"골라봐~ 종목만 골라봐."

"한식? 중식? 양식? 일식?"


모르겠다고! 모르겠다고!!

난 정말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다고!!!

"다 괜찮은데요... 그럼 중식?"


점심메뉴 조차 선택 못하는 내가  바보 같다고 느껴진다.


같이 가던 다른 사람이 묻는다.

"아, 순댓국 안 먹지 않아요?"


아니라고! 좋든 싫든 다 먹기는 먹는다고!

"아니에요, 가리는 거 없어요."


직장에 다닌 덕분에 어른들이 먹는 음식도 먹어보고 특이한 음식도 먹어보고 비싼 음식도 먹어보고 그랬다.

이제 나이 지긋한 직장인이지만 나는 신입사원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무거나 먹어도 상관없다.


내게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은 맛있는 음식 먹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혼자 먹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당신과 잠시 머리를 식히며 배를 채우고 싶은 목적이 더 크다. 너무 배불러도, 너무 배고파도 오후에 일을 할 수 없기에 적당히 배만 채우면 된다.


오늘도 계속되는 질문.

"점심 먹으러 어디로 갈까?"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고 싶다.

'당신이 드시고 싶으신 거요. 저는 배만 채우면 돼요. 제 취향은 고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 잘 먹고요, 웬만한 식당에 메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 각자 먹고 싶은 것 골라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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