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onbusin Jun 18. 2017

여름이 기다려지는 영화

little forest



최근, 내가 무엇을 먹고 살고있는지 곱씹어봤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침을 굶는것은 다반사였고, 점심은 늘 회사 근처에서 사먹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괜히 긴장이 풀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상태가 되는것은 일수여서 늘 밖에서 대충 끼니를 떼우거나 야근으로 인해 불량한것들을 먹은지 오래였다.

어제밤도 그랬다. 점심에는 라멘과 꼬지를 먹고 저녁으로 곱창전골과 먹태를 먹었다. 과한 식사였기에, 기분나쁘게 배가 불렀다. 배부른 상태로 눕기는 싫어서 늦은밤 영화를 다운받았다. 그게 little forest였다.



영화 little forest 여름을 시작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여름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계절은 아니다. 높은 습도 기분나쁜 끈적거림, 따가운 햇빛, 열대야로 뒤척이는 밤, 살갗을 드러내는 옷들은 여름이 오면 싫어졌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니, 여름이 기다려졌다.

일본의 어느 시골, 한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주인공은 작은숲이 있는 시골에 혼자살며, 거의 자급자족을 하며 산다. 여름에는 끈적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가며 열심히 밭일을 한다. 그리고 노동에 대한 보상을 직접 수확한 먹거리들로부터 받는다. 그리고 나름의 지혜를 발휘하여 요리를 한다. 

집안의 습도를 낮추기 위해 한 여름에 스토브를 틀어 습도를 낮추는데, 이열치열 작전이다. 스토브의 열을 이용해 직접 반죽을 해서 빵을 굽는다. 땀을 뻘뻘흘리면서 빵을 굽지만 그 상황이 기분 나빠보이지않는다. 땀을 닦아가며 빵을 굽고나면 집안은 덥지만 습도는 사라져있어 그럭저럭 견딜만해진다.

덤으로 좋은 빵냄새도 얻고.


두번째 음식으로는 식혜다. 그것도 한여름의 땡볕에 밭일을 하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수제식혜. 나는 식혜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 봤는데, 직접 만들어 먹으면 적당히 달면서 기분좋은 식혜를 마실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에 누룩,이스트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일련을 과정을 거친후, 식혜를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그리고 노동을 하고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한 후 유리컵에 시원한 식혜를 따른 후 꿀꺽꿀꺽 마시는것이다. 




세번째 요리는 우스터 소스다. 한국으로 치면 만능 간장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마, 클로브, 통후추, 월계수잎, 산초열매, 세이지, 잘게썬채소, 간장, 식초, 맛술, 설탕 이렇게 많은 재료를 넣고 졸이는데, 실은 현실감은 없다. 실제로 나는 열거한 재료중에 가진거라곤 간장과 식초 설탕과 채소뿐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나도 만들수 있을 것이다. 단지 마음을 내는 여유가 내게는 없을뿐이다.

주인공은 음식을 하는것이 하루하루의 과업이자, 즐거움으로 살아가는것 처럼 보인다.

반면, 내게 요리는 약간은 사치다. 혼자 살기에 재료를 쟁여둘수도, 쟁여둔다해도 언제 다시 요리를 해먹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요리를 하는것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반면, 먹는건 아주 짧은 시간일뿐이다. 먹고 난 후 설거지는 나에게는 큰 허들이기도 하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먹는 장면만 나오긴 하지만 나와 달리 영화속 주인공이라면 설거지도 기분 좋게 할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요리를 위해 접시를 깨끗히 씻는 경건한 행위를 하는것처럼 말이다. 

상상해보자면, 설거지를 한 후, 삶아서 소독 된 하얀 마른천으로 접시에 남아 있는 물기를 뽀득뽀득 닦은 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비추는 식기대에 그릇을 올릴것이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문득,이런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요리는 이름은 뭔지 모르겠지만, 지역성과 전통이 있는 음식이다.

재료는 계곡에서 얻는다. 계곡에서 열심히 멍울풀을 뜯는다. 멍울풀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인근에서 자라는 멍울풀은 확실히 청청구역에서 자란 신선한 풀처럼 보였다.

멍울풀은 껍질을 벗겨 살짝 데친 줄기를 절임으로 하면 아삭하면서도 끈적거림이있다고 했다. 
빨간 부분은 다져서 된장이나 식초로 맛을내어 뜨거운 밥에 얹어 먹으면 여름철 식욕이 없어도 거뜬히 한 그릇을 먹게된다고한다. 먹어본적도 뭔지도 모르지만, 입맛이 없을 때는 저것을 한번 먹어보고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집에서도 엄마가 해준 비슷한 요리가 있다. 더운 여름날 엄마가 물김치와 땡초를 내어준다. 새콤한 물김치와 매운 고추는 입맛을 돋구는 역할을 하는데 그것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소면을 삶아 물김치에  말아 땡초를 얇게 썰어 참기름을 몇방울 넣어먹었다. 그 음식이 우리집에서는 여름을 넘기는 방법이었다.



여름의 더운날 차가운 토마토에 대해서도 나온다.


차가운 물에 토마토와 오이를 담가두었다가 더울때 한입베어문다.  

살것같아, 라는 말이 탄성처럼 나온다. 

더 맛있게 토마토를 먹는 방법은 완숙 방울토마토를 뜨거운물에 살짝 데친후 바로 얼음물에 담근다.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투명한 유리병에 담은 후 병채로 냄비에 넣어 소독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토마토는 여름엔 잘 식혀서 냉장고에 넣어 샤벳처럼 한 스푼씩 떠 먹고 겨울엔 스파게티나 카레에 넣어먹는다. 토마토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수가 없다.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정성스럽게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늘 밖에서 음식을 사먹다 보면 음식을 집중해서 먹지 않게 된고 음식에 대한 감사함도 사라진다. 그냥 끼니를 떼우기 위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라는 먹는것이라는 음식에 대한 태도를 가지게 되는데, 그게 건강한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내가 하루동안 무엇을 먹었나 생각하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little forests는 내게 두가지 생각의 씨앗을 심어줬다. 삶에 대한 태도. 그것이 꼭 음식에 대한것만은 아니다. 요리를 하고 밭농사를 짓는것처럼 삶의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정성을 들여야겠다는것. 그것이 때때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할지라도 그런 자세와 행동은 오히려 인생을 둘러가지 않는 건강한 삶이 될것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눈 앞에 것만을 바라보지 말자는것. 주인공은 계절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한 계절이 가기전에 다 소비하지않는다. 두고두고 먹을 것들을 만든다. 홍시를 만들고, 고구마말랭이를 만들고, 우스터소스를 만들고, 토마토 쟁여둔다. 우리는 옷을 살때도 시즌 컬렉션이 나올때마다 옷을 사고, 지금 당장 먹고싶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다. 이제는 그러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감성이다. 







chloe는

부산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Writer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 디자이너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스몰 비즈니스 브랜딩, 주거문제 등 우리 주위에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이 많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오프라인 기반인 '공간'작업과 함께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nstagram_ noonbusin

http://noonbusin.weebly.com/








 

매거진의 이전글 WeWork#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