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그 이후'의 삶
오직 두 사람_김영하 소설 리뷰
명언이나 상투어를 뒤집어서 새로운 말을 만든 것은 오빠의 오랜 버릇이거든요.
"해봐, 이상하게 다 말이 된다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누군가 이렇게 말하면 오빠는 빙글빙글 웃으며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고 답하고요.
"사막이 아름다운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거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어린왕자의 유명한 구절을 제시하면
"어딘가에 샘이 숨겨져 있다면, 그게바로 사막이다" 라고받아요.
가끔 어떤 격언은 뒤집어 놓으면 더 의미심장해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오빠가 해고를 당하던 날, 인사팀 입사동기가 그러더래요.
"힘내라. 위기가 기회라잖아" 오빠가 뭐라고 했을지 언니도 이제 아시겠죠?
"웃기시네. 기회가 위기야"
오직 두 사람은 7개의 중단편소설이다. 각각의 소설속 인물들은 충분히 입체적이다.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하지 않은 독특하고 기묘한 사연을 가진 주인공들은 삶이라는 트랙에서 살짝 빗겨간 길을 걷고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다.
이 소설의 방향이 정해진것은 2014년4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때문일것이다. 그 사건은 '타인의 일'이라고 치부되었던 뉴스가 사실은 '나의 일'이라고 깨닫게 해주는 엄청난 상실감을 준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 사건들은 단순히 '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내가 모르는 주변의 누군가가 지금도 힘겹게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드라마,영화,소설은 한 사람의 작가의 세계관을 통해 완성된 세계이다. 그 이후의 주인공들의 삶은 우리는 알지못한다. 뉴스에서 반영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사건'일뿐 그 이후의 삶은 우리는 알 수없고, 알고 싶지않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존재한다. 우리가 애써 듣고싶지않아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분명히 버텨내야하는 삶,견뎌내야하는 삶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소리소문없이 나타날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 이라는 소설책이 인상에 남았던것은, 책은 완결되었지만 소설속 주인공의 스토리는 완결되지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주인공들이 겪을 그 이후의 삶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삶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현주야, 산 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말이 있지? 이 말은 영 뒤집을 수가 없네. 뒤집어도 똑같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가 돼"
이 마지막 구절은 이 책을 한줄로 요약한다. '그 이후'의 삶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은 우리가 견뎌내야하는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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