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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May 04. 2018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토록 강렬한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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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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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늘 나는 배가 아팠다. 아니 배가 아니라 심장이나 위 혹은 장일 지도 몰랐다. 거기 어딘가에 있는 마음이 따끔따끔했다. 피가 빠지듯이 저몄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T.S 엘리엇이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이유를 알지 못한다. 기억나는 구절은 그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것뿐이다. 계절은 도돌이표처럼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돌아왔고 봄이 되면 나는 계절을 앓았다. 첫 사랑이 가장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니까.


첫사랑은 개인에게 큰 의미가 부여된다. 자신에게는 특별했으니까. 비록 나에게는 소중했던 감정이 상대방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도 있을지라도 말이다. 내가 누군가를 첫사랑으로 기억하듯 누군가도 나를 첫사랑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


1983년 이탈리아 남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 열일곱 소년 Elio(티모시 샬라 메)의 사랑 이야기다.  “첫사랑 영화의 마스터피스”라고 극찬하길래, 퀴어영화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 대해 어떤 요소들이 내포되어있을지 궁금해서 관람하게 되었다. 주관적인 관점에서 영화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색감


전반적으로 영화의 색감은 이탈리아 남부의 여름답게 강렬한 태양이 분위기를 만든다. 강렬한 태양과 베이지톤의 오래된 유적과 같은 건물들 덕분에 영화 속 세계는 눈부신 베이지톤이다. 스무 살 여름에 이탈리아 남부를 다녀왔었는데 그때의 감각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강렬한 햇빛, 바닥도 건물도 모든 것이 베이지톤. 한국처럼 튀는 간판도 하나 없는 역사와 유적을 간직한 풍경들.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강렬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물론 썬글라스는 필수다.



OST

https://www.youtube.com/watch?v=6jOokMEceR4&t=2s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 음악이 없다면 어땠을까. 밋밋한 분위기지 않았을까. 어쩌면 두 남자의 사랑이 적나라해서 거북해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BGM처럼 깔린 음악 덕분에 한 남자와 한 소년의 사랑이 더욱더 아름답게 비추어진다. 음악은 감정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요소다. 사람 마음을 가장 원초적으로 흔드니까. 어떤 음악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흔들어버려서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감정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여유로운 삶


이 영화의 힐링 포인트는 요즘 흔히 말하는 워라밸도 아닌, 80년대 시골의 여유로움이다. 현대의 도시인이 가질 수 없는 여유로운 삶이다. 매끼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한다. 자연 속에 둘러싸여 일광욕을 즐기고, 원하면 언제든지 수영을 할 수 있다. 넓은 길과 광장에서 자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고, 숲 속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도 가진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라면 따분할지 모르지만, 책을 읽고 작곡도 하고 피아노도치며 창조적인 시간도 보낸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평화롭기 위해 현재를 담보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 어떻게 살고싶은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장면들이 많았다.



첫사랑


첫사랑의 애틋함과 그 이후의 여운에 대해 말하지 않더라도 다들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스물넷의 올리버와 열일곱 엘리오의 사랑도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처럼 첫사랑으로 끝나버린다. 온 마음을 다해서 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마음을 준 미친 듯이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끝나버리는 것.



영화 속 엘리오의 아버지는 슬퍼하는 아들에게 말한다. 나는 이 대사가 위로가 되었다. 슬픔도 나에겐 자산이된다는것.

 우리에게는 몸과 마음이 단 한번 주어지지, 마음은 갈수록 닳아 헤지고 몸도 똑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다가오는 사람이 없어져. 지금 너의 그 슬픔 그 괴로움을 모두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그러면 네가 서른이 되었을 때 옆에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게 많게 될 거야.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듣는 엘리오는 여름의 아름 다고 찬란했던 풍경과 대조적으로, 눈 내리는 추운 겨울 타는 장작을 보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눈물과 함께 첫사랑은 끝이 난다. 이 영화의 명대사는 장작이 타는 소리일 것이다. 장작 타는 소리가 그렇게 아름답고 슬픈 것인지 나는 처음 알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첫사랑,

엘리오는 우리 모두의 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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