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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May 16. 2018

사랑은 케이크처럼 마냥 달콤하진 않지만.

이스라엘-독일 영화 '케이크 메이커'

[본 영화는 브런치 시사회로 관람하였으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 본 경험이 있다면 상대방과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상대방의 시선이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렇게 상대방이 되어보는 것. 상대방의 세계를 알고 싶어져서 내 취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게 되어 결국은 상대의 취향을 닮아가게 되는 것. 나는 사랑을 하면 그랬던 것 같다.



영화 '케이크 메이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내가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로 짐작만 했던 케이크처럼 달콤한 영화는 아니었다. 케이크는 단지 매개와 위로의 수단이었고 실제로 예쁜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은 거의 비중이 없었다. 케이크의 비주얼적인 면모를 기대하고 관람했기에 아쉽긴 하지만 위로로서의 케이크의 역할은 달콤했던 것 같다.  


이스라엘과 독일 베를린을 배경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케이크 메이커의 주제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그 빈자리를 어떻게 겪는지를, 사랑이란 게 정말 무엇인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게 설령 찌질하고 바보 같을지라도 말이다.


베를린에서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토마스는 베를린에서 일하는 이스라엘인인 오렌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오렌은 이스라엘에 가정이 있지만 한 달에 한번 출장으로 토마스와의 만남을 지속한다. 그러던 중 이스라엘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알 길이 없는 토마스는 속앓이를 하다 결국 오렌의 죽음을 알게 된다.

깊은 상실감에 빠진 토마스는 이스라엘에 있는 오렌의 가족까지 찾아간다.


이 영화는 많은 대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관찰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보는 내내, 토마스는 오렌이 죽은 줄 알면서도 왜 이스라엘에 있는 오렌의 가족을 찾아갈까 궁금했었는데 관람 후 곱씹어 보니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토마스는 오렌의 아내가 일하는 카페까지 찾아가 일자리가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오렌이 다녔던 수영장을 가서 오렌의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기도 하고, 오렌의 조깅 옷을 입고 아침에 똑같이 조깅을 하기도 하면서 오렌의 흔적을 집요하게 찾아 헤맨다.

개인적으로, 오렌의 조깅 옷을 입고 조깅도 하지 않는 토마스가 아침에 조깅을 하는 장면을 보고 울컥했다. 상대방의 시선이 되어봄으로써 조금이라도 상대를 느끼려고 애쓰는 모습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행동이 있다면 이 행동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다분히 제공한다. 동성과의 사랑, 사랑은 무엇인지, 불륜같은것들. 정답이 존재하는 건 아니겠지만 영화 속 은유들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결국 아나트(오렌의 아내 역)의 카페에서 일하게 된 토마스는 묵묵히 아나트 곁에서 아나트를 도와준다. 아나트의 아들을 생일을 위해 좋아하는 쿠키도 구워주고, 장사를 잘 될 수 있도록 케이크를 대신 만들어서 판매하고 케이크 레시피도 알려준다. 가출한 아나트의 아들이 가게로 복귀하자 아무 말 없이 따뜻한 핫초코를 건네고 작업하고 있던 쿠키에 그림도 그리게 하면서 묵묵히 위로한다. 토마스처럼 과묵하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하는 모습은 상대방으로부터 의지가 되기도 하고 신뢰감도 준다.



토마스가 아나트의 옆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무엇 때문에 아나트의 주변에서 아나트를 도와주고, 아나트의 아들을 챙기는 걸까.


이스라엘에서 아나트와 토마스는 케이크를 만들면서, 케이크를 먹으면서 케이크를 통해 위로받고 서로를 의지한다. 그리고 아나트는 토마스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곧, 토마스와 오렌의 관계를 알게 된 아나트는 배신감과 충격으로 토마스를 베를린으로 쫒아 보낸다.



영화를 본 후 생각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은, 상대방이 사랑한 것까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래서 토마스는 오렌이 사랑했던 아내와 아들을 찾아 그리고 그의 흔적을 찾아 이스라엘에 와서 그가 보고 느꼈던 것을 경험하고 그가 사랑했던 것을 그의 시선과 마음으로 사랑했던 것일까.



영화의 결말은 아나트가 쫓아낸 토마스를 보러 베를린까지 와서 그가 자전거로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을 훔쳐보며 소리 없이 우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오렌의 사이에 두고 사랑을 했던 두 남녀는 오렌이 떠나고 나서, 토마스는 오렌의 시선으로 아나트를 바라보고, 아나트는 오렌의 흔적이 남아있는 토마스를 느끼면서 서로 오렌이 머물다 간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그 매개에는 케이크가 있다.

 

독일의 전통 '블랙포레스트 케익'



사랑은 케이크만큼 달콤하지 않지만, 비록 먹고 나면 사라지는 케이크일지라도, 케이크를 먹는 순간처럼 달콤하다.




OST

https://www.youtube.com/watch?v=pp5je8bZF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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