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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onbusin Jul 03. 2018

정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준익 감독 '변산' 리뷰

[본 영화는 브런치 시사회로 관람하였으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면돌파'라는 단어는 요즘의 나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단어이자 삶에 대한 태도이다. 

에둘러 갈 수도 있고, 둘러간다고 누가 욕할 사람도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정면돌파가 불가피하다.

둘러가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거라면, 멀리 보면 정면돌파가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정면돌파(正面突破) : '장애나 어려움 따위를 에두르지 아니하고 몸소 직접 마주 대항(對抗)하여 이겨냄'을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면 돌파가 어려운 이유는 장애나 어려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마음의 심연에서 알게 모르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나 어려움을 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용기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용기가 생기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란 건 자기와의 작은 약속들이 지켜져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강한 사람들은 늘 정면돌파를 한다. 강한 사람들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강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이 선택한 것들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강한 사람이 된다.


영화 '변산'은 주인공이 삶을 정면 돌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찌질할 수도, 부끄러울 수도,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겪어보고 나면 결국은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떳떳해지며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은 쇼미더머니 6년 개근생자 우리들의 모습이다. 6년째 쇼미더머니에 떨어지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편의점 알바, 발렛파킹 알바 등으로 생활을 간신히 유지하며 고시원처럼 좁은 방에서 꿈을 쥐어짜듯 이어간다. 매번 아쉽게 탈락하며 불안한 미래를 가진 생활의 반복하며 최악의 상황을 또다시 겪지만 우연히 학창 시절의 전화 한 통을 받고 미워하는 아버지를 찾아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으로 내려간다.




옛 시골 친구들과의 조우, 부끄럽고 가난한 고향, 원망스러운 아버지, 다시 고향에 금의환향을 하고 싶었던 소망과는 달리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고향에 복귀한 학수는 고향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아버지에 대한 부끄러움 등 모든 것들을 다 쪽팔리게 생각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근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망스러운 아버지라도 핏줄이며 잊고 싶은 고향이라고 해도 태어난 곳이다. 그곳에서 양분을 먹고 자라며 머리를 키우고 자란 학수의 근본은 변산이다. 


학수 아버지의 병을 핑계 삼아 학수를 변산으로 부른 선미(김고운)는 학수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옆에서 자극을 보탠다. 아버지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도록, 부끄러운 고향이 아니라 아름다운 고향이라는 것을, 쇼미더머니에서 탈락만 하는 학수가 아닌 감수성도 풍부하고 글을 멋지게 잘 쓰는 학수라는 것을 깨닫게.

 고향 친구 선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고 결국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이름을 알린 작가가 된다. 옆에서 용기와 자극을 주는 선미 덕분에 학수는 자신을 찌질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상황을 격파하며 자신을 찾아가고 결국 자기가 가둔 '알'을 부수고 나와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자신에게 솔직한 것이 자신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태도임을 알게 된 것이다.


학수는 쇼미더머니에서 다시 보고 싶은 랩퍼로 선정되어 한번 더 무대에 서게 된다. 여태까지의 자기를 부정한 채 알맹이 없는 가사가 아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는 솔직한 랩으로 무대 위에 오른다. 그 뒤 학수가 유명한 랩퍼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확신한다. 학수 a.k.a(심뻑)은 인지도 있는 랩퍼가 되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 진심인지 아닌지 직관적으로 느껴지며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는다. 그러니 학수는 분명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랩퍼가 될 거라고 믿는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고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고 내가 위축되는 일이니까. 나는 소중한 존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우리 너무 돌아가지 말고 용기 있게 정면 돌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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