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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Aug 22. 2023

마음 편하게


그동안 브런치에 수시로 들어와 다른 작가들의 글을 재미있게 읽고 나갔어도 글을 올리지는 못했는데 그게 벌써 8개월이나 되었단다. 블로그에 올린 나의 소소한 일상들을 보지 않은 구독자에게는 내가 무려 8개월이나 잠수를 탄 셈이 된다. 시간 참 빠르기도 하지.

그러는 동안 브런치에는 몇 가지 굵직한 변화들이 있었다. 3월에 갑자기 새 출발을 하겠다며 ‘브런치스토리’로 개명을 한 브런치가 2주 전쯤에는 ‘응원하기’라는 수익화 제도와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 급 나누기(?) 제도를 덜컥 발표한 거다.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내가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던 시점이었다. 좀 공교롭게 되었지 뭔가. 나는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일단 멈칫했다.


사실 새로 도입된 ‘응원하기’ 제도를 보면서 든 생각은…

‘으으, 드라마틱한 삶을 가진 것도 아니고 전문가로서도 크게 내세울 것 없는 나 같은 작가는 응원받기는 글렀다’였다. 이게 다시 글을 올리기도 전에, 더군다나 그동안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다면 더더욱 힘 빠지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또 ‘스토리 크리에이터’를 보면서 든 생각은…

‘크으, 이게 작년에 도입되었더라면 나도 어쩌면 저 초록초록한 배지를 받았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아쉬움. 브런치가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가 무엇인가요?’로 시작되는 글 독촉 알림을 내게 줄기차게 보낼 때, 못 이기는 척하고 뭐라도 써서 좀 올릴걸! 지난날이 막 후회가 되면서 배가 아프더라는. ㅎㅎ


그런데 그 후로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오히려 지금이 다시 글을 써 올리기 좋을 때 같았다.

만약 내가 응원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면 내 성격에 응원금이 저렇게나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에서 글쓰기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 싶은 거다. 안 그래도 부족한 내 문장들은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여전히 부족하면서도 어색하게 각만 잡는 문장들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스토리 크리에이터’가 되었다면… 음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아서 글쓰기가 괜히 어려워질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난 ‘크리에이터’보다는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게 훨씬 따뜻하고 좋다.


그러니 응원 작가도 아니고 스토리 크리에이터도 아닌 나는 앞으로 마음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아니냐는. ㅎㅎ  (습관성 정신승리병 또 발동함)


그리하여 마음 편하게 이 글을 쓰고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

이래 놓고서 나중에라도 배지를 받으면 좋아서 낄낄댈 거면서!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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