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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Jan 20. 2022

고마운 한 줄


독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몹시 아리송한 나머지 잠조차 오지 않는 그런 밤에는,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독자 리뷰를 읽으며 분위기를 살핀다. 단, 긴 리뷰는 제외한다. 긴 글을 읽고 싶지 않은 독자가 긴 리뷰를 쓸 리 만무하다. 그건 분명,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서평단이 작성한 영혼 없는 리뷰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리뷰를 눈여겨보아야 하는가. ‘한 줄 평’, 그것이 바로 독자의 진심이다.
- 이주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중에서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 찌르르함을 느꼈다면 서평이나 한 줄 평을 되도록 남기는 편이다. 이토록 좋은 글을 써준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내 나름의 소박한 보답이라고 여기니까. 반대로 재미없게 읽었거나 실망감을 느낀 책에는 따로 한 줄 평을 남기지 않았다. 그런 책에는 이미 뾰족한 가시 같은 한 줄 평들이 달려있는 경우가 많았으니 굳이 나까지 가시를 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어쨌거나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이제 와 내 책을 내고 보니 그런 따가운 한 줄을 남기지 않은 게 참 잘한 일 같다는. ;;  그리고 앞으로는 좋은 책을 읽으면 ‘되도록’이 아니라 ‘무조건’ 한 줄 평을 남겨 주리라 다짐하게 된다.


아무튼 그런 독자였던 내가 소박하게 작가가 된 지 오늘로 딱 스무날이 되었다. 그동안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안고서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 듯 밀리의 서재를 들락거리며 체크한 것은 역시나 내 책을 담아간 독자 수와 평가들! 부족한 내 책을 읽어준 것도 고맙거니와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남겨놓은 한 줄 한 줄의 평가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대부분 번역과 번역가로서의 삶에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며 작은 위로를 받았다는 내용들. 애초에 내가 글을 썼던 이유가 그러했기에 정말 그런 평가를 듣고 싶었는데, 다행히 내 글이 나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간 건 아닌 듯싶어 혼자 조용히 안도했다. 또 재미있다, 술술 익힌다는 말들도 나에겐 너무나 큰 칭찬들. 그 글들을 모두 붓글씨로 정성껏 적어 가훈처럼 벽에 걸어놓고 싶은 심정. ㅎㅎ 그만큼 고맙답니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받았던 평가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한 줄을 꼽으라면, 어머님이 전화로 내게 직접 남기신 한 줄 평이라 말하겠다.


“책을 읽는데 나는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구나.”


눈물? 눈물이 날 만한 내용이 딱히 없는데도 자꾸 눈물이 났다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으면서도 왠지 잘 알 것만 같았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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