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서관 산책을 못 갔다.
저 장대비를 뚫고 씩씩하게 걸어 다닐 신발이 마땅히 없다는 핑계로.
한때는 신발이 젖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우중 산책을 즐기던 감성 소녀였는데. 쯧쯧, 늙었숴 늙었숴~ ㅎㅎ
그래도 여전히 비를 사랑하는 나. 장마철이 되기 전에 만만한 장화 하나 장만해야겠다.
산책을 못 하게 되었으니 어제 빌려온 책이나 마저 읽을까 하다가 문득 얼마 전 브런치로부터 받은 글 독촉(?) 알림이 생각나 이 글을 쓴다.
알림을 보니 내가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지 않은 지 벌써 두 달이 넘은 모양이다.
반면에 블로그에는 4월에만 이미 10개의 글을 올렸다.
브런치가 좀 섭섭해하려나? :)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건 절대 아니다. 내게 첫 출간의 기회를 안겨준 브런치를 애정 하지 않을 리가요.
다만 매번 브런치와 블로그에 똑같은 글을 써 올리려 하지 않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와 독서 일기는 블로그에만 올리겠다고 작년 말쯤 결정했었는데, 그 결정의 결과가 이런 차이를 만든 모양이다.
확실히 브런치라는 공간은 스토리가 있고 완성도도 있고 정제된 글만 올려야 할 것만 같다. 처음부터 아무나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번번이 작가님 작가님 소리를 들으며 글을 올리다 보면 아무 글이나 막 올릴 수 없게 된다. 작가병에 걸리기 쉽고 부담감도 점점 커진다. 또 글솜씨 좋은 다른 브런치 작가들과도 은근 경쟁하는 느낌. 왠지 백일장을 치르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블로그는 다르다. 누구나 계정만 있으면 블로그를 뚝딱 만들고 블로거가 될 수 있는 만큼, 글을 써 올리는 것에도 부담이 별로 없다. 물론 유용한 정보와 전문적인 글로 가득한 블로그도 참 많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가볍게 끄적거리기에 딱 좋은 공간. 때론 일기장 같고 때론 낙서장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건 아니겠쥐?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결과가 생기겠는가?
라고 물으신다면 내 대답은 '아마도'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 쓰는 걸 그만 둘 생각이 없고,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세요'처럼 매정하고 가혹한 댓글이 달릴 가능성이 있는 글들은 블로그에만 올릴 테니까. (일상이 궁금하시면 제 블로그 오세요. 굽신굽신!) 다만 브런치와 블로그에 함께 올려도 좋을 글도 이제는 부지런히 써야겠다는! 브런치로부터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일이 지났어요 ㅠ_ㅠ' 하는 알림은 더 이상 받지 않지 않도록 말이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