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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 아웃렛, 양배추 축제

2017. 10. 14

by 시골할머니

슈투트가르트 근처에 독일에서 제일 큰 아웃렛이 있다기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내 신발도 하나 사고 싶고, 손자 율의 장난감도 샀으면 해서다. 도시 전체가 아웃렛이라는데 토요일이기도 해서 주차장에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차가 많다.

다른 아웃렛처럼 쇼핑몰 형태가 아니고 , 명품 매장 건물들이 시내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다. 그중에 휴고보스 건물이 제일 크다. 상점 수로 볼 때는 우리나라 아웃렛보다 적은 것 같다. 휴고보스 매장은 확실히 넓고 물건도 많은데, 딴 브랜드는 다양하게 있지 않다.

여기가 원래 휴고보스 본사가 있어서 아웃렛을 시작했다는데 다른 상점들이 동참하면서 커졌다고 한다. 우리는 별로 살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구경만 했다.

동네 교회 앞 벤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어떤 차에 주차위반 딱지를 붙이는 것을 목격했다. 붙이기 직전에 차주인이 마침 나타났는데, 젊은 중국 청년 둘인데 항의를 하니, 주차표지판을 가리키고 딴 차를 가리키고 하는 품이 주차 디스크가 있어야 하는 곳인데 그냥 세운 듯하다. 한참 옥신각신하더니 결국 봐주기로 한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주차단속을 실제로 하는구나 체험을 했다.


오늘은 관광도 없고 쇼핑 소득도 없이 일찌감치 시 외곽의 작은 마을에 있는 호텔을 찾아간다. 호텔 측에서 메일을 보내, 마을에 연중 제일 큰 축제가 오늘 열려서 진입로가 폐쇄될 것 같으니 뒷길로 돌아오라 했는데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입구부터 우리가 갈 길이 차단되어있다. 미리 알고 있던 터라 여유 있게 뒤쪽으로 돌았는데 거기도 못 간다고 경찰이 막고 있다. 호텔에 간다고 해도 안된다고 한다. 돌고 돌아 골목으로 해서 근처까지 갔는데 또 막혀있다. 우리처럼 길 찾아 헤매는 차들도 많다.

심지어 우리한테 길을 물어보는 차까지 있다.

할 수 없이 호텔위치 , 호텔 이름, 예약 확인 메일까지 휴대폰에서 찾아 완벽히 준비하고 경찰에게 강력히 들어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하고 길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에게 다시 갔다. 이번엔 젊은 경찰이다. 요 뒤에 있는 호텔에 간다고 하니 그냥 보내준다.

.........

뭐야?


그렇게 찾아간 호텔. 이메일에는 밖에 있는 우편함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방 번호와 열쇠를 찾아가라 했다. 어렵게 우편함을 찾아 열었는데 열쇠가 없다.

쉬울 리가 있나. 그러나 이런 난감함이 처음은 아니니, 또 이리저리 궁리하고 살펴보았다.

아! 그런데 호텔 정문이 열린다. 닫아 놓는다고 했는데, 아마 사람이 아직 있나 보다.

이렇게 또 숙소에 무사히 안착했다.

호텔 외관에 비해 방은 모던하고 깔끔하다. 그런데 주인이 영어를 못한다. 무슨 축제냐고 물었더니 구글 번역기를 돌리더니 허브축제라고 한다.

유럽과 허브축제는 뭔가 어울린다. 아 재밌겠다. 얼른 짐 풀고 구경 가야지.


알고 보니 골목만 나가면 바로 축제가 열리는 메인도로다. 그래서 진입로가 다 막혀있었던 거다. 우리는 뒷골목으로 꼬불꼬불 찾아와야 했다.


어쨌든 생각지도 않게 축제 구경을 하게 되어 신나서 큰길로 들어섰다. 조금 구경하다 보니 이상하다. 길거리가 온통 양배추 천지이다. 그것도 옛날 무슨 영화에 나온 외계인 머리처럼 뾰족하게 생긴 양배추들.

축제 이름이 krautfest 라는데 번역은 herb라고 되어 나오는데, 아무래도 양배추 축제인 것 같다.






각종 농산물로 장식된 마차.


일종의 가을 추수감사 축제인 것 같다.

이 지방 양배추가 유명한지 양배추를 수레에 가득 놓고 팔고 있고, 양배추 잎에 술을 따라 팔기도 하고, 양배추를 채로 썰어서 큰 솥에 볶은 요리를 많이 파는데, 그 냄새가 역해서 고역이다. 무슨 맛인지 수북하게 한 접시씩 그걸 사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에서 보는 서양축제에 있는 것들이 소규모지만 다 있다. 아이들 타는 놀이기구, 가수의 공연, 먹거리들, 풍선장수, 총 쏘아 맞추면 경품 주는 가게, 수공예품 가게 등 구경거리가 쏠쏠하다.






이 할머니는 양배추로 모자를 만들어 쓰고 양배추 한 트럭을 다 팔 기세다.


양배추잎으로 잔을 삼아 술을 판다.



아이들 타는 놀이기구도 있다.



가수의 공연.



고무줄로 사람을 새총처럼 쏘아 올리는 놀이가구.



총을 쏘아 맞추면 경품을 주는 코너.


피클을 참 예쁘게도 장식했다.


사람에 가려 마을 모습은 잘 알 수가 없다.




역시 먹거리가 제일 인기.





양배추 요리는 냄새에 질려서 싫고, 중국음식점에서 가게 앞에 매장을 차리고 파는 닭튀김을 사서 맛있게 먹었다.


우린 축제라면 복잡한 게 싫어서 피해 가는 타입인데, 우연히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제법 큰 축제를 만나 좋은 구경을 했다.

이 마을은 슈투트가르트 공항 옆의 Leinfelden Echterdingen이라는 조그만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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