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의 일주일은 상상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우리 세대에게 로마란, 오드리헵번의 <로마의 휴일> 의 환상으로 존재하는 세계이지 않을까 싶다. 10년 전에 왔을때 잠깐 엿본 로마는 그 환상이 실제 존재함을 확인해 본 정도였달까.
이번엔 달랐다. 그 안에 들어와 보니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었고, 더구나 호텔이 아닌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에 있게 되어 조금이나마 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터무니없이 높고 무거운 대문옆에 영화에서 보던 여러개의 초인종이 붙어있고, 초인종옆에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다. 초인종을 누르면 안에서 문을 열어준다. 두근대는 가슴을 누르며 문을 밀며 들어가니 대리석 계단이 반층쯤 올라가게 되어 있고, 좌우로 아파트가 두채정도씩 있다. 로비공간은 왜그렇게 넓은지 아깝게 비어있는 공간이다. 원래는 없었던건지 둘이 타면 꽉 차는 작은 엘리베이터는 현대식이다.
안은 개조해서 복층 원룸식으로 해 놓았는데, 인테리어나 가구들은 로마의 느낌이 물씬 나는 앤틱이었다. 세탁기까지 있어서 편리하게 생활 할 수 있었다.
이 집은 booking.com 에서 예약했는데, 6박에 326유로였으니 하루 75000원 정도였고, city tax 42유로를 따로 현지에서 지불했다. 로마시내치고는 저렴한 가격으로 지낸것 같다.
첫날 아침 근처 동네를 산책했는데 시내 관광지보다 난 이동네가 더 마음에 들었다.
동네 시장도 대부분 문을 닫고 몇집만 열었는데 한귀퉁이에 있던 카페에서 커피와 크로아상으로 아침을 먹었다. 바로 앞에 있는 치즈가게에서 치즈를 사서 곁들여 먹었다.
그 후엔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우리가 좋아하는 수퍼마켓 구경하기, 장 봐다 밥해먹기.
유럽에 오면 수퍼마켓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싸서 정말 좋다. 특히 고기값은 너무 싸서 매일 고기를 안먹을 수가 없다 . 숙소 근처에 doc 라는 수퍼마켓을 발견해서 거의 매일 갔다. 도가니 두개에 1유로도 안해서 사다가 고아 먹기도 했다. 내장도 깨끗하게 손질해 놓고 팔길래 같이 넣고 끓였더니 진한 국물이 우러났다. 양인줄 알고 산것이 천엽이어서 건져서 양념해 먹으니 아주 맛났다.
하루는 주인이 추천한 레스토랑에서 피자와 호박꽃튀김을 먹었는데, 호박꽃튀김에는 치즈가 들어있고 금방튀겨나와 아주 맛있었다 . 피자도 화덕에서 구워 나왔는데 맛있게 먹었다. 다만 실내가 너무 더워서 지치는 느낌이다. 여기는 레스토랑도 냉방을 거의 안하는것 같다. 다들 문도 열어놓고, 주로 야외테이블에 앉아서 먹고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