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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라구사

라구사 7박8일

by 시골할머니

팔레르모에서 라구사로 가는 동안은 사막같기도 하고 민둥산 같기도 한 황량한 산지의 연속이었다. 풀도 별로 없어 목축도 하는것 같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는것 같다. 올리브나무만 간간히 보인다.

선인장이 많고 도마뱀이 많은걸 보면 사막기후에 속하는가보다.




라구사는 신시가지 수페리오레와 구시가지 이블라로 이루어져있다. 참으로 독특한 지형이다. 푹 가라앉은 협곡에 도시가 자리하고있다 .골짜기 안에서 솟아오른 양쪽의 언덕에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마주보고 있는 형태이다. 구시가지는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길과 계단으로 미로같이 이어져있다. 실제로 좁은 골목의 매력에 이끌려 다니다 길을 잃고 되돌아 나온 적도 수차례 있었는데 다리는 아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리 숙소는 수페리오레에서 이블라로 이어지는 유명한 성당이 있는 계단에서 20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독채인데 3층으로 이루어져 아래층은 거실과 부엌과 식당이 있고, 2층은 침실 2개, 3층은 다락방으로 거실이고 베란다가 있어서 이블라가 내려다보이는 좋은 위치인데, 우리 두사람에게 과하게 넓은데도 값이 싸서 일주일을 빌렸다. 성당계단은 뷰가 좋은곳이라 매일 저녁 이블라의 야경을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 계단 중간에 카페가 하나 있어 저녁때만 문을 여는데, 돌계단에 방석깔고 쟁반에 음식과 술을 담아서 주는데도 주말저녁이면 두 층의 계단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다.


라구사 슈페리오레 ㅡ협곡을 잇는 다리가 보인다.



숙소3층 베란다에서 보이는 라구사 이블라




이블라의 두오모




숙소가까이 있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유명한 계단으로 일몰과 야경 명소









라구사는 조용하고, 사람들은 참 친절했다.

한번은 구시가지 골목길에서 한 할머니를 만나 눈이 마주쳐서 "본 조르노."하고 인사했더니, 두오모가는 길이냐고 묻는다. 딱히 두오모로 가던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했더니 열심히 뭐라고 설명하시는데 딱 한마디 '리스또란떼' 만 알아 들었다. 설명을 열심히 다시 해주시는데, 말은 못알아들어도 손가락으로 계단오르는 시늉을 해주시니 뜻이 통했다. 골목길로 쭉 가다가 식당이 나오면 식당을 오른편에 끼고 계단을 올라가라는 말씀이었다. 알았다고 고맙다고 하고 길을 가다보니 정말 큰 식당을 끼고 계단이 나왔고 올라가니 두오모가는 지름길이었다. 길만 따라 가면 한참 돌아가야하는 길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이 솟는다. 영어를 못해도 얼마든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지구촌 어딜 가든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여전히 발밑은 항상 살피며 걸어야하는 시칠리아다.개똥은 지천으로 널렸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길에서도 담배를 피워댄다.





두오모에서 결혼식이 진행중이었다. 들러리아가씨들이 예쁘다.


결혼식아 진행되는동안 성당문밖에서 염색한 쌀알로 신랑신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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