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 에서 말라가 가는 버스표를 alsa bus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더 비싸다는 얘기가 있던데 , processing fee 라고 원래 표시된 가격보다 2~3유로가 더 붙긴 한다. 직접 가서 사 보지 않아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사러 가는 버스비와 시간을 절약해 주니 그 또한 나쁘지 않다.
표가 스마트폰으로 이미지가 오는데 QR 코드도 있지만, 탈 때 기사가 행선지를 확인하고 타라고 한다. QR 코드 찍고 그런거 없다. 버스에 타서 돈내고 표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전광판에 행선지와 시간이 뜨고 타야할 플랫폼 번호가 뜬다. 플랫폼번호를 찾아 가니 말라가행 버스가 서 있다. 좌석번호가 없는 버스라서 줄을 섰다. 그런데 바로 옆 버스 기사가 오더니 앞창문에 말라가 1번이라고 붙이고 뭐라고 사람들에게 크게 외치니 줄서있던 사람들이 다 그쪽으로 가고, 우리앞에 아기 안은 젊은 부부만 남았다 . 심지어 그 버스는 alsa bus 고 우리가 타려는 버스는 다른 로고가 써있다.당황해서 아기엄마에게 물으니, 영어는 못해도 눈치로 알아듣고 , 저 버스는 1번이고 이 버스는 2번 이라고 하면서 우리 버스표를 보여달란다. 우리 표는 2번 이라고 , 이 버스를 타라고 한다. 같은 시간에 말라가행 버스가 2편이 있어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아까 옆버스 기사가 외친 내용이 아마 버스표에 1번이라고 쓰여 있는 사람은 그 차를 타라는 내용이었나보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답답하다. 덕분에 눈치로 numero 라는 단어를 배웠다. number 라는 뜻이다. 한 나라에 오래 있으면 단어를 좀 배울텐데 계속 돌아다녀서 머리속만 더 복잡해진다.
어쨌든 표를 보고 기사가 태워 주는걸 보니 맞게 잘 탔다. 그라나다에서 말라가까지는 2시간이 채 안걸렸다. 숙소는 구시가지 안에 있는데, 걸어서 18분 거리로 구글지도에 나온다. 우리는 20분 정도 거리는 짐끌고도 천천히 걸어간다. 새로 도착한 동네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으면 재밌다. 그런데 말라가 인도는 온통 자잘한 타일무늬 바닥이다. 그라나다 골목같은 자갈박은 돌길보다는 낫지만 계속 우둘두둘 거렸다.
말라가에 내리자마자 터미널 안내창구에 문의해서 받은 론다 가는 버스 시간표. 알사버스가 아니고 인터버스. 매표창구가 닫혀 있을땐 기사에게서 표 구입 가능.
시장의 타파스집
닫을 시간이 다 되어 식료품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았는데 타파스파는 저 골목은 하도 사람이 많아서 들어갈 수 없었다.
체리모야 라는 과일인데 드디어 사먹어봤다. 열대과일맛인데, 망고스티과 바나나 를 섞은 맛이랄까.
밤에 나와 본 시내 야경
여행을 다녀보면 도시에서 가장 핫한 곳에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숙소는 스타벅스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골목안에 있어서 아주 시내 구경하기에 좋았다.
퐁피두센터 앞
사실 말라가는 올까 말까 망설였던 도시이다. 블로그에 보면 별로 볼게 없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 이동 동선에 있고 , 우리는 관굉보다는 도시분위기를 느끼고 싶기 때문에 들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오길 정말 잘했다.
이렇게 활기차고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도 보기 힘들었다. 관광객도 현지인도 길에 많이 다니고, 우리 숙소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는데 시장을 뺑둘러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술 한잔에 타파스, 음식을 먹는 현지인들이 왁자지껄, 가게 앞에는 서서 먹는 사람들로 골목이 꽉 차있다.
우리는 시장구경을 좋아한다. 고깃간을 구경하다가 소혀를 한 개 샀다. 세상에 1킬로가 좀 넘는 게 9유로 밖에 안한다. 냄비에 넣고 푹 삶아 수육을 만들어 먹었다.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라 일요일까지 먹을 식품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유럽은 일요일에 수퍼마켓이 다 문을 닫기 때문에 잘못하면 굶을 수도 있다. 그래도 시내엔 레스토랑이 열지만, 전에 노르웨이에서는 꽤 곤란했던 적이 있다. 노르웨이에는 상점뿐 아니라 레스토랑도 찾기 어려운 동네가 있다. 그래도 요새는 구글지도로 검색해보면 가끔 일요일도 문여는 곳을 찾을 수도 있다. 그렇게 장봐놓고 저녁해먹고 밤에 나가보니, 세상에 불야성이다. 번화가에는 상점들뿐 아니라 레스토랑도 즐비한데 집집마다 문앞에 차려놓은 테이블에 사람들이 가득 앉아있다. 이상하게 활기찬 도시이다.
일요일엔 바닷가 항구쪽에 가니 , 장이 섰다.
크루즈배들이 항구에 여러 척 정박해 있는걸 보니, 그래서 시내에 사람이 많았나 싶다. 항구를 지나 해변까지 걸어가 보았다. 11월 인데도 해수욕객들도 있고 선탠하는 사람도 많다. 기온은 춥지 않은데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차다.
일요일은 알카사바 관람이2시부터 무료이고, 피카소박물관과 스페인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놓은 카르멘 티센 미술관이 4시부터 무료라고 한다. 두 군데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알카사바 앞에 가니 2시 되기 6분 전인데 줄이 길지 않다. 잠깐 서있으니 2시 정각이 되어 금방 입장할 수 있었다. 작고 소박하지만 알함브라 와 비슷한 느낌의 궁전이다. 알함브라처럼 장식적인 화려함은 없다. 관람 도중 화장실이 무료라서 이용했는데 변기 뒤쪽의 타원형 창문으로 도시 전망이 내려다보였다. 세상에서 몇 안되는 훌륭한 뷰를 가진 화장실이 아닐까.
알카사바 앞에는 원형극장 유적이 있는데 광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언제나 관람이 가능하다.
피카소 미술관 무료관람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골목에 있는 치즈케이크집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셨다. 치즈케이크를 계속 구워서 조각으로 파는데, 먹는 사람보다 사가는 사람이 많다. 맛있었는데 내 입맛엔 치즈케이크라기 보다 에그 타르트 필링같은 맛이다. 부드럽고 치즈맛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맛있다.
피카소 미술관에 가니 줄이 너무 길어서 , 카르멘 티센미술관으로 갔다 . 여긴 줄이 얼마 없어서 줄을 서서 들어갔는데 스페인 화가들 그림이 흥미로워서 여기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라가 대성당은 그 규모와 아름다움이 압도적 이었다. 여러번 지나치며 보았지만 볼때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새로운 모습이고 , 볼때마다 그 위용과 화려함에 매료되었다.
말라가는 낮이나 밤이나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가득하고 활기있고 생동감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와서 좀 더 길게 살아보면 어떨까 하고 남편과 얘기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바다도 있고, 어느 정도 화려한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건물들도 오래되었으면서도 칙칙하지 않고 깔끔한 느낌이다. 북적북적한 분위기라 지루하지도 않을 것 같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많은데 아직도 설치중이다. 불 켜놓은 걸 보면 좋을텐데 아직 불은 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