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할머니 Jun 04. 2024

시간이 멈춘 중세도시 쿠엥카

2024. 05. 22. 수요일

쿠엥카에서 우리가 머무는 곳은 절벽위에 세워진 중세 성곽도시 쿠엥카와 신도시 쿠엥카 사이에 있다. 신도시라고 해서 요즘신도시가 아니고 올드타운에 비해서는 신도시라는 이야기다.

더 외곽으로 나가면 진짜 현대적인 아파트타운도 있다.

우리 숙소는 달동네 같은 곳으로 통영이나 부산의 산동네 같은 딱 그 느낌이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골목길이 계단으로 이어지고, 서로서로 기대는듯 붙여 지은  작은 집들이 낯설지않고 정겹다.

지나갈 때 어떤 집 앞에 실내가운을 입고 나와 계시던 할머니가 우릴 보더니 저 위로 올라가면 뷰가 좋은 곳이 있으니 올라가 보라고 얘기해 주셨다. 언어는 손짓언어로 눈을 가리키고 앞을 보라는 뜻으로 앞을 가리켰다.  따뜻한 인정이 느껴진다.


구시가지에 가려면 숙소에서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 올드타운으로 가서 또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야한다.

도대체 왜 넓은 땅 다 두고 이 깊고 험한 계곡에 힘들게 도시를 건설해야만 했을까?

서로 침략하지 말고 넓은 땅 나누어 사이좋게 살지. 그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였겠지만 너무 너무 힘들었겠다.

스페인 다니다보면 무지하게 넓은 땅이 부럽다. 쓸모없는 사막이 많다해도 일단 넓은 건 부럽다.


꼬불꼬불 언덕과 계단으로 이루어진 미로같은 골목을 따라 가니 거대한 대성당의 옆구리가 막아선다. 돌아서 앞으로 가니 탁 트인 광장이  나오고, 색색의 건물들이 둘러 싸고 있다. 올드타운 안에서 유일하게 상가가 있는 곳인데, 그나마 몇집 안된다. 기념품가게 겸 잡화점 , 레스토랑 서너집이 전부다.

관광지에 이렇게 상점이 없는 곳은 처음이다. 골목따라 걷다보면 가끔 레스토랑이 한 개씩 숨어 있을 뿐이다.


Castillo 앞 전망대에서는 숨막히는 절경을 마주했다. 전망대 아래 오솔길로 조금 트래킹을 하며 멀어지다 가까워지다 하는 절벽위 도시를 감상했다.


허물어진 절벽에 관광객도 별로 없이 고즈넉한 미로같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골목끝에서 중세의 주민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벽에 진실의 입 같이 사자가 입을 벌리고 있어서 장난을 해 보았다. 이것의 용도는 우체통이라고 알고 있다.


저녁을 먹고 노을과 야경을 보러 다시  구시가지로 향했다. 저녁먹고 느긋하게 나가도 노을을 보려면 기다려야 한다.

9시 넘어야 해가  지기 시작하고 10시는 되어야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구시가지로 들어가지 않고 강을 따라 다리쪽으로 올라갔다. 아까 castillo 앞 전망대에서, 여기만 보면 쿠엥카는 다 본거나 마찬가지라고 남편과 얘기했는데, 다리 건너 파라도르쪽에서 보는 뷰가 더 근사한 것도 같다.

그래서 CUENCA 글자 조각이 그 두 군데에 있나보다.

다리는 언제 만들어진 건지 철제 다리인데 다리 자체가 아름답다기 보다는 다리가 놓인 위치가 기가 막히다. 옛날에도 이 위치에 다리가 있었을까? 파라도르가 다리 건너에 있으니 건너 다닐 수단이 있긴 했을텐데, 원래 모습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석양이 금빛으로 산을 비추는 광경부터 노을에 도시가 물드는 모습, 하나 둘 조명이 켜지는 모습까지 홀린듯 지켜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럽 도시 주차장 위치공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