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 본 페르누 시내를 보기 전에 가까운 슈퍼마켓에 들렀다. 어제는 몸이 좋지 않아서 장을 안 보고 비상식량을 먹었다. 슈퍼마켓 옆에는 장이 서 있고 실내에는 수산시장도 있다.
슈퍼마켓 이 제법 크고 물가도 탈린보다 싼 것 같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고르는데, 3개 사면 2개 값에 준다고 쓰여 있길래 3개를 골랐다. 계산할 때 그냥 3개 값을 계산하길래 말도 안 통하는 주제에 따졌다. 말도 안 통하는 계산원 아줌마가 알아듣고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보여주며 뭐라 한다. 그걸 또 알아듣는다.
'아항, 회원카드가 있어야 할인이 된다고?'
'그럼 나 2개만 살래' 하고 하나를 꺼내 놓으니
' 취소할 거냐?' 에스토니아말로 묻는데, 그냥 눈치로 알아듣고 끄덕이니 하나를 취소해 준다.
언어가 달라도 아줌마끼리 다 통하는 게 있다.
여기 주차장은 주차 디스크를 놓고 1시간 무료다. 차에 쇼핑한 물건을 놓고 시간을 다시 세팅하고 한 시간만 시내 구경을 하자 하고 나섰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
시내가 보인다.
마을보다 더 큰 것같이 느껴지는 공원. 부럽다.
시내 메인 도로엔 단체관광객도 있지만 한산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구시가지의 치장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수공예품길드
북유럽 나라들 제일 부러운 것이 공원이 많은 것이다. 시내에 아름드리나무들이 늘어선 넓은 공원이 있다. 시내는 아주 작아서 30분 만에 다 돌아보았다.
점심을 먹으러 바닷가로 갔다.
발트해는 바닷물이 탁해서 예쁘지는 않다.
해변이 길고 백사장도 깨끗했지만 철 지난 바닷가는 역시 쓸쓸하다.
벤치에서 연어 샌드위치와 베이컨 샌드위치를 먹고 바닷가를 조금 걸었다.
남편은 발트해에 발을 담가보고 찍어먹어 보기도 하더니 들은 대로 짜지 않다고 한다. 빙하가 흘러내린 물이라 다른 곳의 바닷물보다 짜지 않다고 한다.
시굴다를 향해 출발했다.
에스토니아에서 라트비아로 넘어간다.
내비가 질러가는 산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라트비아 산골 구경을 실컷 했다. 우리가 지나 온 길을 나중에 찾아보니 가우야 국립공원이다.
가다 보니 투라이다 성이 나오길래 주차장에 일단 주차를 하고 내려 허리를 펴고 쉬는데, 주차관리인 인듯한 아줌마가 다가와 1.5 유로를 내라길래 주고 나니 성에 안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다. 매표소에 가니 입장료가 5유로인데 시니어는 조금 할인해 준다고 한다.
할인받아 둘이 8.6유로에 들어가고 보니 기분이 묘하다. 여권도 보여 달라고 안 하고 그냥 시니어 요금을 받으니 누가 보아도 이젠 할매 할배인게다. 의심이라도 해 주는 게 더 기분이 나을까? 어차피 나이는 그대로인데 사람 기분이 간사하다.
성은 자그마한데 주변 공원이 아주 분위기 있다.
탑 꼭대기에 올라가니 전망이 좋다.
시굴다 시내에 아파트를 예약했는데 아침까지도 안내 메일을 못 받아서 그냥 주소 찍고 찾아온 곳에 아파트가 없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예약사이트에서 주소를 찾아 아파트를 찾아갔지만, 여전히 몇 동 몇 호인지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몰라서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주인은 팩스를 보냈다는데 우리는 못 받았고, 전화로 몇 호인지 확인하는 중에 전화가 끊겼는데 다시 걸으니 없는 번호라고 나오고 전화연결이 안 된다.
전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답답한 중에 어떤 여자가 오더니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사정을 얘기하니 자기가 집에 가서 휴대폰을 가지고 와서 전화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 여자가 주인과 통화해서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주고, 복도 화분에 있는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열어주었다. 정말 구세주다. 그 사람 아니면 밖에서 잘 뻔했다. 주인 여자는 폴란드에 가 있다고 했으니.
나중에 생각해보니 우리가 아파트 앞에 주차할 때부터 옆라인 위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여자가 일부러 내려와 도움을 준 것 같다. 너무 고마워 떠날 때 혹시 만나면 내가 만든 브로치라도 선물하고 싶었는데 떠날 때는 보이지 않았다.
여행중 어디서나 사람들은 친절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친절을 베풀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온 아파트는 시설이 훌륭한 편이지만 자세히 보면 인테리어 마감이 엉성하다. 우리나라처럼 야무지고 매끄럽진 못하다. 우리나라 집의 수준은 거의 최고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