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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Jan 15. 2019

올해는 결혼을 해야겠다

어쩌면 장황한 독신선언

 친한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동생이 결혼했을 때도 결혼은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적어도 내게 결혼은 남반구에서는 여름에 신년을 맞이한다는 말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내 또래 사촌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동생마저 결혼을 한 다음부터 엄마는 벌써 3년 동안 도대체 큰 애는 언제 결혼을 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유명하다는 철학원을 찾았다고 한다. 나는 엄마에게 '성당을 그렇게 열심히 다니면서 우상 숭배하면 천국에 못가-'라고 비죽였지만, 그래도 엄마는 엄마였다. 자식 결혼운이 천당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엄마. "내년에는 결혼운이 있대", 라는 말을 3년 동안 듣는 동안 결혼식은커녕 혼담이 오가지도 않았으니, 용하다는 그 점집은 나 때문에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간판을 내리지는 않더라도, 그 유명한 신통함이 나로 인해 조금은 상처가 나지 않았을까? 결혼운이 있다고 이야기를 할 거면, 사람을 봐가면서 말했어야지.


 한 살을 더 살았다. 아빠는 내 나이에 엄마를 만나 결혼을 했단다. 이듬해 내가 태어났단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결혼과 육아는 나와는 아주 먼 이야기였는데, 소파에 누워 TV를 보던 엄마가 무심코 한 이야기에 현실이 되었다. 단 한 번도 혼자 살아간다는 것에, 늦게 결혼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았는데,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 <장가갈 수 있을까>를 구슬피 노래하던 커피소년, 노아람 씨가 결혼했다는 기사를 읽고도 그랬는데, 내 나이에 엄마를 만나 결혼을 했다는 아빠 이야기에 무덤덤했던 감정에 동요가 생긴다. 이제 나도 결혼을 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결혼해야지!', 다짐하게 된다. 이유도 없이, 원인도 모른 채 그렇게 된다.


 2년 전에 친구랑 함께 길을 걷다가, 재미 삼아 사주를 본 일이 있다. 엄마의 점괘와는 다르게, 내 사주를 봐준 분은 내게 2019년에 결혼할 운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거라는 사족을 달아 복채를 꺼내는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더랬다. 올해는 2019년이다. 올해가 지나면 앞으로 기회가 없다니, 사명감을 갖고 올해는 결혼을 해야겠다. 그 전에 결혼할 사람 찾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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