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돌아가지 않아요. 지금의 제가 좋으니까요. 과거 제가 고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과거의 저를 고치면, 지금 이 순간 저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테니까요.'
내게 퍽 잔인하던 작년 8월이었다. 뉴스를 틀면 기록적인 더위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 또한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업은, 방향을 잃고 헤메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막다른 길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가장 나답다고 대답하던 내가 있다. 그 어느 순간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던 건강한 내가 있다.
옆에서 가만히 듣던 친구는 비죽이며, 씩씩한 척을 잘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잘도 그런 말을 한다고. 음, 그 순간의 내가 씩씩한 척을 했던가- 아니, 그 순간의 나는 꽤나 진심이었다. 행복했던 시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돌이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을 반복해서 다다른 내 자신이, 내 사고가, 이 순간이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좋다.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나를, 상처 받았던 과거를 포함한 나를, 몇 번이고 버려진 나를, 몇 번이고 내버린 나를, 나는 어쨌든 좋아한다. 좋아했다.
내가 얼마나 잔인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난 정말 못되 처먹었구나,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아픈 말들을, 그렇게 부탁하는 사람에게 그렇게도 반복해서 하는 사람이었다. 내 말로 인해서, 내 행동으로 인해서 힘들었을 날들을 사과하고 싶었는데, 그리고 변명하고 싶었는데.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내가 모두 망쳐버렸음을 안다. 나는 다시 손을 뻗을 자격이 없음을, 위로를 받을 수 없음을, 위로를 줄 수 없음을, 이제 안다.
언젠가 다시 내게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 이 시기를 떠올리며 많이 아파할 것임을, 안다. 그날, 나는 다시 씩씩하게 그 어느 때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른다.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 분명히 나는, 또 몇 년이 지나도 지금 순간을, 이 시기를 아프게 기억하고 있을테다. 아마도 고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씩씩하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그 어느 순간으로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야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이날 이 순간의 내 선택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한 번도 그런적 없는 것처럼 씩씩하게.
오늘도 나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땅 속으로 고개를 처박는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 없어야 한다. 그러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