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으로 채운 후쿠오카 여행기

귀여운 것이 제일 좋아

by 열닷새

드디어 출발


사실 혼여행을 결심한 건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속이 많이 답답하던 찰나 여행을 가고 싶어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렇다 할 확답을 주는 사람 없던 찰나 부모님께서 다투셨고,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복잡했던 터라 냅다 혼자 다녀오겠다고 선언을 던졌다.


후쿠오카 공항역에서 찍은 노선도 및 요금표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도착한 후쿠오카는 이미 와본 데라 그런지 모든 것이 수월했다. 혼자니까 더 조심하자는 생각은 잊은 지 오래고 기대감과 즐거움, 설렘만이 가득했다. 일단 숙소인 오호리공원 역까지 가야 했는데 아래처럼 현재의 역 기준으로 요금을 확인한 뒤 일회용 표를 끊거나 교통카드를 충전했다. 한 가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트래블카드로 충전 없이 편하게 승하차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트래블카드는 찍는 곳이 개찰구에 따로 달려 있어서 그 부분만 주의했으면 됐다.


혼자니까 가성비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언플랜 후쿠오카라는 캡슐 호텔을 예약했다. 캡슐은 들락날락하기 힘들 것 같아서 방으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대대만족이었다. 간단한 조식 포함 3박에 9만원이고 라운지도 잘 되어있어 일을 하기도 편했고 시설도 아주 깔끔했다. 다른 사람 소음인데 내 방 벽을 쾅쾅쾅 치는 옆사람만 없다면... 하하




터미널 내 로손 편의점과 기차 내부, 마을 풍경

대망의 첫 일정은 외곽 지역 체험이었다. 후쿠오카 시내를 벗어나 갈만한 곳이 없는지 찾아보았더니 다자이후라는 명소가 있었다. 다자이후는 학업의 신사로 매우 유명해서 평일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았다. 지금 공부하는 게 없고 당분간 시험 계획도 없어 크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으나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찾아보니 근방에 인연의 신사가 있다고 하여 그 곳을 먼저 들르기로 하였고 훨씬 기대도 됐다. (좋은 사람 만나게 해주세요)


먼저 텐진 터미널로 가서 기차를 탔다. 하루에 두 번만 운행한다는 직행 열차를 타고 다자이후로 향했다. 한국인 소수와 일본인 다수가 탔던 기차는 아주 한적하고 조용했고 속도라 빠르지 않아 도시 외곽의 풍경을 감상하기 정말 좋았다. 아마 평일이어서 바깥이 더 평화롭게 느껴지기도 한 것 같다.


인연의 신사(카마도 신사)

다자이후 역에서 조그만 100엔버스를 타고 얼마 간 달려 도착한 인연의 신사는 아주 아주 조용했다. 방문객 자체가 얼마 없었고 그마저도 나 빼고는 전부 일본인이었다. 함께 도착한 현지 사람들을 유심히 보며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배웠다. 먼저 졸졸졸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무섭게 생긴 도깨비 문을 통과해 기도를 하면 되는 것 같았다. 저 문은 들락날락하며 액운을 쫓아준다는 의미로 해석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운세를 뽑아보았다. 귀멸의 칼날 그림이 잔뜩

어영부영 100엔을 던져 기도를 올린 후 근처를 구경했는데 100엔으로 운세를 뽑는 게 있길래 해봤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 옆에 서있던 일본인이 도와주었다. 문제는 뽑아도 해석을 못한다는 것... 번역기를 돌려도 이상한 말만 써있어 그저 가운데에 길할 길자만 보고 좋은 거겠거니 하고 넘겼다.


천천히 신사를 둘러보니 소원을 적은 작은 나무패에 귀멸의 칼날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이 카마도 신사의 이름이 귀멸의 칼날 주인공의 이름과 같아서 팬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인 성지가 됐다고 한다.


매화빵, 다자이후 신사, 소원 종이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다자이후로 돌아왔다. 다자이후 명물이라는 매화빵으로 살짝 허기진 배를 달랬다. 맛은 그냥 쫀득한 팥 찹쌀떡 같았다. 크게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고 그냥 기념으로 먹기 좋은 정도! 조용한 카마도 신사에서 다자이후로 넘어오니 정신이 없었다. 어딜 가나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가 섞여서 들려왔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들어간 신사는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나는 전 직장 동료분의 자격증 시험 합격을 기도했다.


슬슬 둘러보던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운세 종이를 묶어놓은 줄이었다. 알고보니 뽑은 운세를 줄에 묶어 한 번 더 길운을 바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인연의 신사에서 뽑은 운세를 기념이다~ 하고 챙겨 왔다가 부랴부랴 학업의 신사에 매다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수 많은 학업 메시지 중에 인연의 메시지가 있으니 눈에 띄어서 더 잘 이루어 질지도?


귀여운 소품샵

역과 다자이후 사이에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소품샵들이 꽤 많다. 다자이후로 올라가면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담고 내려오면서 하나씩 방문했는데 아주 귀여워서 내 이마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때릴 뻔했다. 토토로 위주였던 지브리 스튜디오 소품샵도 있었고 산리오, 미피 등 여러 소품샵이 있었다. 가격은 귀엽지 못해서 구경만 하다 나오긴 했지만 이 뒤로 이렇게 다양한 토토로 소품샵을 발견하지 못해 다시 간다면 작은 것이라도 구매할 것 같다.


하트 규카츠

생각보다 다자이후에서 시간을 얼마 쓰지 않아 2시~3시 사이에 방문하려고 했던 모토무라 규카츠를 딱 점심시간 1시쯤에 가게 되었다. 딱히 갈만한 곳이 생각나지도 않았고 웨이팅이 길면 다른 데를 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일단 출발했다. 그런데 웬걸, 다른 사람들은 오래 기다렸다가 입장하라는 연락을 받고 오는 듯 했는데 나는 혼자라고 하니 바로 입장시켜주었다. (크 혼여행의 맛인가) 제일 기본 사이즈로 시켜서 먹었는데 맛은 아주 괜찮았다. 그치만 딱 예상이 가는 맛으로 엄청 특별하지는 않아 한 번으로 만족하고 또 방문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심지어 웨이팅까지 했다면 좀 억울했을 듯하다.


돈키호테와 인형뽑기 투어

생각보다 한국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들른 돈키호테에서 다 만난 것 같다. 여기저기 한국말밖에 들리지 않아 역시 돈키호테가 일본 여행 필수 방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했던 것 몇 가지를 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아주 아주 기대에 가득 찼던 인형뽑기를 하러 갔다. 마침 근처에 큰 게임 스테이션 몇 군데가 몰려 있어서 돌아다니기 아주 편했다. 한국에 있는 기계보다 더 빠르게 원하는 인형들이 뽑혀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의기양양해진 채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껏 한 뒤 저녁 겸 혼술을 하러 출발했다.


혼술과 또 다시 인형뽑기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혼술을 위해 방문한 식당은 튀김을 정말 정말 잘 하는 곳이었다. 씹으면 부드럽게 바삭하고 부서지는 튀김옷이 예술이었다. 후기를 보면 다른 음식들도 아주 훌륭하다고 하는데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던 나는 기본 모듬 튀김을 시키고 레몬 사와를 시켰다. 하이볼처럼 달달한 무언가를 기대했건만 그냥 새콤한 술이었고 함께 나온 명란 소스가 그 식당의 시그니처였던 것 같다. 후쿠오카의 명물인 명란과 마요네즈를 섞은 맛이었다. 그리고 자릿세 개념으로 시키지 않은 전채 요리가 나왔는데 일본이 원래 그런 건지 후쿠오카가 그런 건지 여행하면서 이런 경우가 두 번 있었다.


인형뽑기의 중독적인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고작 한 잔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하고 다시 게임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한 직원이 어떤 인형을 내놓을지 고민하다가 별로 뽑고싶지 않은 포켓몬을 배치하길래 따라큐를 빼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뽑기 성공! 심지어 동전 지갑이다. 실용성이 두 배. 안타깝게도 다른 시도들은 모두 실패해서 이 날은 2,500엔으로 총 세 개의 인형을 뽑았다.




이렇게 첫 날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혼자 외곽 지역까지 나간다는 것에 조금 떨리기도 했는데 한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다보니 한국어 간판이 매우 잘 되어있어 굳이 지도를 켜거나 번역 어플을 볼 필요도 없었다. 궁금했던 캡슐 호텔도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웠고 고대하던 인형뽑기까지 나름 성공적이었어서 알딸딸해진 상태로 행복하게 하루를 끝냈다.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