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을 번복한 연인, 그 후

깨진 도자기 같아진 우리

by 열닷새
<연인이 시간을 갖자고 했고, 나는 무너졌다> https://brunch.co.kr/@snr0615/57

<마지막일지도 모를 대화를 앞두고> https://brunch.co.kr/@snr0615/59

<"이제 너에게 아무 감정이 없어"> https://brunch.co.kr/@snr0615/60




연인 사이에 쉽게 꺼내서는 안 될 말


남자친구는 나에게 감정이 없다며 헤어지자 했고, 나는 몇 번이고 애원하며 붙잡았다고 하니 친오빠가 화를 냈다.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동생이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점, 그럼에도 울면서 매달렸다는 점이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그날 오빠가 가장 단호히 얘기했던 것 중 하나는 "연인 사이에 헤어지자는 말은 최종의 최종까지 해서는 안된다"였다. 이미 깨진 신뢰는 돌이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당장 그를 설득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나는 그 말에 동의하면서도 가슴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스스로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그 후 약 일주일의 시간이 지난 지금, 오빠의 말이 이제야 뼈저리게 와닿는다. 그날 이후 나는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행동, 말투, 카톡 하나하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예전과 달리 애정표현이 없어진 그를 보며 상처의 그날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같은 부위를 계속 다치는 기분이었다. 의무감에 만나는 건지, 마음이 아닌데 노력하는 건지.




깨진 도자기와 같은 관계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그가 갑자기 "사랑한다"라고 했다. 내가 노력하니 마음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장난일까? 억지로 맞춰주는 것일까? 동정하나?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끝맺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절망을 느낄 때보다 더 힘들었다. 다음 날 나는 그가 준 편지와 인형, 같이 찍은 네 컷 사진 등 모두 박스에 넣어두었고 휴대폰 속 사진도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다. 자존감이 떨어진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왜 사랑한다고 안 해?"


남자친구는 또 그 후로 애정표현을 하지 않았다. 그의 상황이 나아진 후 다시 이야기를 하자 마음먹었지만, 참을성이 없어 재회 일주일 만에 전화로 냅다 물어보았다. 그는 확실히 처음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돌아갈 거라는 확신은 못하겠다고 했다. 마음이 없다는 말로 나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몇 번을 사과했다. 아무 의욕이 없어 앞으로 나를 더 힘들게 할 것 같아 일부러 극단적으로 말했다고. 상대가 나라서, 나한테 정이 떨어져서 한 말이 아닌 그저 에너지가 없는 것이라 했다. 차마 이기적으로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없고 나도 나의 판단이 있으니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의 말을 덧붙였다. 사랑한다는 말도 혼란스러울 것 같아 많은 고민을 했으나 진심이었기에 한 말이었다고, 본인의 눈치를 보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지금 많은 사건에 혼란스러운 마음이겠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사랑이라 착각한 정인지, 사랑이지만 점점 식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다시 만난 연인은 깨진 도자기와 같다'는 말이 있다. 깨진 도자기를 엉성히 맞추어 놓은 기분이다. 연인처럼 사랑을 주고받기는커녕 어찌 보면 친구보다 못한, 서로 눈치를 보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나는 요즘 이 관계가 어떤 시간을 겪으며 결말이 맺어질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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