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시작으로 입을 닫기까지
이별 통보를 받았지만 나의 끈질긴 설득으로 다시 만나기 시작한 우리는 요즘 정말 많이 싸운다. 그전까지는 강하게 의견 주장을 한 적 없이 갈등은 나긋나긋한 대화로 해결하곤 했다. 지금도 소리를 지른다거나 격렬하게 다투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 표정의 강도가 세졌다. 재회 후부터 이렇게 변한 것이 그저 우연인지 아니면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서인지 혼란스럽다.
며칠 전에는 하루 데이트중 두 번을 다투었다. 모두 표현 방식 차이로 발생했는데, 하나는 걱정의 마음으로 내뱉은 연인의 말이 직접적인 말투와 표정으로 내게 상처가 된 것이 원인이었다. 울면서 한참을 대화했고 언성이 살짝 높아지기도 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자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또 다른 하나는 정확히 반대의 입장이었다. 나는 걱정의 마음으로 음료를 줄이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연인도 희한하게 그날따라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화난 내가 "알아서 해. 뭘 먹든지 신경 안쓸테니까."라고 툭 내뱉었다. 연인은 이 말에 상처를 받았고 내내 얼음장같은 분위기로 있다가 나의 사과로 해소가 되었다.
대부분의 다툼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인 것 같다. 나름대로 양보했으니 상대가 이 정도는 해주겠다는 기대가 있는데 그 기대만큼 채워지지 않아서. 근래 들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통념이 뼈저리게 와닿는다. 친구 중 한 명은 지난 연애를 할 때 상대방과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별다른 언급 없이 그냥 내버려두었다고 했다. 굳이 이야기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아니고 서로 차이점만 느끼다 결국 말다툼으로 이어진다고.
이런 식의 다툼이 잦아지니 점점 지쳐가고 더이상 감정소모도 하고싶지 않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지 그냥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고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부드럽고 다정하게 몇 번을 말했고 상대도 동의했음에도 바뀌지 않으면 점차 답답함이 쌓일 것이고 결국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니 말이다.
정답을 찾지 못한 나는 일단 더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연인의 주장을 빌리자면, 상대방도 성인인데 알아서 잘 하겠거니 생각하려고 한다. 어쩌면 친구의 지난 연애처럼 결말을 산정해놓고 포기의 길을 택한 것일 수도, 아무리 노력해도 서로 맞춰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덜 상처받으려 나를 위한 방어기제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잦아진 다툼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깊게 관여되었음을 깨달은 지금, 연인과의 미래를 더 진지하게 그려갈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릴 중요한 지점에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