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별을 대하는 서른의 자세

나에게도 휴식을 주자

by 열닷새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요즘 내 상태를 보면 한 단어로 '혼란' 그 자체다. 내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느 땐 이별 별 거 아니라고, 잊는 데 일주일도 안 걸릴 것 같다고 느끼다가 또 어느 땐 무작정 그 사람의 카톡 프로필을 보면서 보고 싶다고 중얼거리고 카톡에 보내지 못할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한다. 중요한 건 이 마음이 며칠 마다도 아닌 같은 날, 몇 시간에 한 번씩 바뀐다는 것이다.


도무지 모르겠다. 지금 상태는 분노와 서운함이다. 오늘 내내 회사 일로 바빠 문득 그 사람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고 분명 나아진 것이리라 생각했건만, 집에 와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다시 생각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예전에 나누었던 카톡을 다시 보았고, 우리가 주고받은 내용과 시간, 표현을 보고 다시 상처를 받았다.


마지막에 내가 왜 그렇게 매너 있게 헤어졌을까 하는 후회도 됐다. 당시 이미 한 번 매달렸었기에 자존심이 상했고, 두 번이나 내 손을 놓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엔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미안한 짓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솔직하게 물어볼걸. 나한테 그렇게 무심하게 대해놓고, 전화도 카톡도 잘 안 해놓고(물론 서운함에 내가 먼저 뜸하게 보냈지만) 왜 헤어질 때 되니 미련이 철철 남은 사람처럼 우는 거냐고.


마지막에 하고 싶은 대로, 후회 없도록 하라는 친구들의 조언이 와닿았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



내 삶을 되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단 이별 후 2주가 되었을 때 새벽 러닝을 시작했다. 이제 고작 세 번밖에 하지 않았지만, 격일로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씩 달리는 습관이 꽤 만족스럽다. 약속도 꾸준히 잡고 있고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준다.


그리고 부작용이 있던 다른 방법은...


고등학교 친구 두 명이 소개팅을 해보라고 했다. 당시 나는 헤어진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고 너무나 힘들어 에너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것이라며 일단 받아보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바람에 얼결에 번호 교환이 이루어졌다. 바로 약속을 잡고 한 번 만났는데 계속 전 남자친구가 떠올라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상대가 썩 나쁘지 않아 '괜찮을 지도...?'라고 생각했다.


상대와 대화가 잘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나름 노력했다고 느낄 즈음 서로 쿨하게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때 상대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그러자 전 남자친구를 처음 만난 날,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봐주고 집까지 데려다줬던 것이 떠올라 처량하게 눈물을 흘리며 걸어갔다. 애석하게도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헤어짐을 말했던 곳을 지나 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는데 편한 동네 누나 동생이었고 이성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누군가 건드리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자존감까지 후드득 꺾여버렸다. 소개팅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비참해짐과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해 줬던 전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나에게만 들려줬던 다정한 목소리와 말투로 "힘들었지?"라고 말해주며 안아줬으면 했다. 다~ 의미 없는, 닿지 않는 바람이었지만. 아무튼 이때의 일로 며칠간 멘털 회복이 되지 않았다.


어제는 전 회사 차장님이 먼 지인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셨는데, 사진이며 연락처를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내가 한 살 연상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원하지도 않았고 절실하지도 않았던 소개팅을 두 번이나 까이고(?) 나니 원래도 없던 의욕이 아예 사라졌다. 힘들고 외로울 때 아무나 만나지 말라고 하더니, 딱 맞다. 오지 않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활, 내 인생에 집중하다 보면 언젠가 전 연인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는 날이 오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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