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할리우드 입성기

털이 잔뜩 곤두선 병아리의 외로운 하루

by 열닷새

가자, 별천지 할리우드로!


미국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앞으로 지낼 곳을 구했고 그 주 토요일에는 출근 전 처음으로 혼자 관광에 나섰다. 목적지는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할리우드였다. 당시 아직도 우버를 사용할 줄 몰랐던 나는 뚜벅이로 한인 타운에서 할리우드까지 어떻게 갈 수 있을지 찾아보았다. 하숙집에서 역까지 걸어서 20분 정도로 그리 가깝지 않았다. 그런데 설레면서도 무서운 마음에 종아리에 알이 터질 만큼 빨리 걸어 한 10분 만에 도착했던 것 같다.


역에 도착해서는 교통카드인 TAP 카드를 구매했다. 어떻게 하는지 어리바리 조금 헤매긴 했으나 기계를 찾은 후로는 이용 횟수를 지정하고 쭉쭉 진행됐다. 인턴 1년 동안 이때 발급받은 카드에 계속 돈을 충전하면서 생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하철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깨끗했다. (큰 쥐가 기어 다니는 뉴욕 지하철의 악명을 익히 들어서 선입견이 있었다ㅎㅎ) 주말이라 관광객이 많아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나중에 주위에서 들은 바로는 미국은 대중교통 범죄가 많아 이용할 땐 아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위험이 덜한 우리나라와 달리 승강장에 서있는 승객을 선로로 미는 사고가 잦다고 해 아주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지하철에서 전동차가 오기 전에는 뒤에 아무도 없는지 계속 확인하거나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다.

LA 지하철 노선도, 이 사진을 1년 동안 참 유용하게 썼다.


명예의 거리와 인 앤 아웃


너무나 당연히 한국을 생각하고 지하철에 타서 휴대폰을 만지는데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다. 순간 당황하여 내릴 역만 되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르르 내렸는데 그때 그냥 따라서 내리니 할리우드였다. 그저 인파에 내 몸과 목적지를 맡기고 움직이니 할리우드의 제일 유명한 거리로 데려가주었다. 군중심리 최고.


인천 촌닭이 할리우드라니! 이런 별천지라니!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 꼭 가보고 싶었던 나는 이때가 믿기지 않았다.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발을 디뎠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옷을 다양한 스타일로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고 인형 탈을 쓰고 있거나 어벤저스, 베트맨 등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그야말로 정신을 쏙 빼놓는 소음과 인구 밀도였다.


톰 크루즈와 마릴린 먼로의 별


바닥에 별이 박힌 명예의 거리를 걸으며 내가 아는 배우가 나오는지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디뎠다. 당시 좋아했던 톰크루즈 이름을 찾고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마릴린 먼로 이름에는 추모의 꽃을 비롯한 여러 물건이 놓여 있었는데, 지금 이 글에 첨부하기 위해 사진을 찾다가 먼로의 기일이 8월 5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당시 8월 6일에 방문해서 사람들이 추모를 했던 것이었구나.


하이랜드 몰과 인 앤 아웃 버거


아무것도 모르고 홀린 듯이 들어간 곳은 하이랜드 쇼핑몰이었고 그곳에서 할리우드 사인을 구경했다. 혼자 있으니 셀카도 뻘쭘하고 누군가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민망해서 그냥 대충 찍고 후다닥 나왔던 것 같다. 자라나 아메리칸 어패럴 등 쇼핑도 슬슬 하고 배고픈 마음에 인 앤 아웃을 갔다. 인 앤 아웃은 인턴으로 미국에 방문하기 1년 전 단기 연수로 몬트레이 베이를 갔을 때 먹었던 터라 나름(?) 익숙했다.


주문'만' 익숙하게 했는데 자리가 없어 안절부절못하다 한 자리가 생기자 바로 앉았고 나만 보이게끔 아주 소심한 셀카를 찍어 가족에게 보냈다. 그렇게 심심하고 밋밋한 혼자만의 여행을 마치고 어두워지기 전 대중교통을 타고 다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어찌나 마음을 졸이고 신경을 많이 썼는지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나를 공부한 시간


이 경험으로 나는 혼자 여행을 하거나 식당에 가는 걸 즐기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해외에서 혼자가 되니 영어도 더 안 들리고, 말도 더 나오지 않았다. 혹시 잘못 알아들은 걸까 봐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기가 빨렸고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나눌 사람이 없으니 너무 외로웠다.


그래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하나씩 타지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지금도 당시 23살의 내가 무천 대견하게 느껴진다. 혼자만의 외출이 썩 내키지 않아도 나를 계속 타국의 문화와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키려고 노력했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떨 때 당황하고 또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지, 가족과 친구들로 둘러싸인 한국이었다면 몰랐을, 나를 공부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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