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취업 비자는 운, 반이민 정책은 장벽

2016 트럼프 정부의 첫 반이민 정책과 취업 비자

by 열닷새

정치적인 발언은 위험할 수 있지만 요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현재 미국의 분위기 자체가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민자, 유학생, 직장인들까지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느낌이다. 나 역시 다른 선택을 했다면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요즘 상황에 더 관심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인턴 생활을 하던 2016년의 끝자락도 트럼프 인생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많은 변화와 혼란이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좋고 영어가 좋아서 시작한 타지 생활이었기에, 친구와 종종 미국에서 사는 미래를 그렸다. 인턴으로서 일도 굉장히 잘하고 있었고 회사의 신임도 두텁게 쌓은 터라 큰 문제가 없으면 정규직 전환 제의를 받겠거니 싶었다. 친구는 이미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을 상태였는데 하필 그즈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당선 날이 생생하다. 당시 나는 친한 회사 사람들과 함께 퇴근 후 회식을 하고 있었다. 식당 벽에 걸린 TV에서 개표방송이 나오고 있었는데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외국인으로서 그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이라는 최종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식당 내부가 굉장히 소란스러워졌다. 다양한 나라,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텃밭으로 유명한데 그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그 사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심지어 미국인이었던 한 직장 동료는 계속 욕을 내뱉었다.


사실 기존에도 취업 비자를 받는 건 쉽지 않았다. 무조건 복불복, 무작위 추첨이었다. 보도국의 인턴 기자 오빠는 정말 운이 좋게도 한 번에 발급이 되었지만 다른 언니는 몇 년 동안이나 마음을 졸였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즈음 간신히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여기에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친구는 인턴 계약이 끝나기 전 먼저 취업 비자 준비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과 같은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결국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고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이 모든 걸 지켜본 나는 한국에 돌아온 후 이사님으로부터 정규직 제안을 받았지만 당첨까지의 비용과 시간이 우려된다고 돌려서 거절했다. 그렇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




얼마 전, 트럼프 행정부는 취업 비자의 수수료를 약 100배(말이 되는 숫자인지 헛웃음이 나지만) 올리기로 결정했다. 2016년과 2017년에 겪은 혼란은 지금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현장에 있지 않아도 미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매우 위태로운 것 같다.


심지어 ESTA 비자를 비롯하여 모든 것을 준비한 여행객도 입국 심사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저 운이 나쁘면 걸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미국과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는 이 글도 미래의 내 미국 방문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과연 트럼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그다음 정부도 같은 기조의 정책을 유지할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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