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방송국에서 만난 놀라운 인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by 열닷새

방송국에서 일하다 보면 평소 내 생활 반경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인연들을 많이 만난다. 다양한 산업, 직업군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제작국이어서 더욱 진행자, 게스트와 가까워질 일이 많았다. 특히 직접 게스트를 섭외하거나 본 프로그램 사이에 재생되는 미니 프로그램의 녹음부터 편집까지 총괄하며 신기한 인연을 맺었다.




LA에서 느낀 동향의 따스함


그중 한 분은 미니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내과 의사 선생님이었다. 당시 생소했던 비타민 D의 효능을 강력하게 주장하시던 분이었는데 몇 달을 함께 일하다 보니 친분이 생겨 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시기에 인천의 00동이라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잠깐 놀라시더니 이민 오기 전 그 동네에서 병원을 운영했었다고 하셨다. 어떻게 많고 많은 동네 중 내가 살던 그곳인지 신기함에 한참을 대화했다. 먼 타지에서 동네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따뜻해졌고 내적 친밀감과 함께 외로움이 조금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회차 녹음부터는 더욱 반갑게 인사했다.)




누, 누구시라고요?


한 번은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 있었다. 당시 한인 2세 정치인이 선거에 출마하여 홍보 및 선거비 모금을 위해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당시 내가 그 프로그램의 MD(Master Deirector)로 마이크나 로고송, 광고 등 볼륨을 조절하고 송출할 수 있는 보드를 잡고 있었다. 청취자들이 전화하면 조용히 받아 대기시키고 진행자에게 이야기하여 방송에 내보내는 것도 나의 역할이었다. 그러다 한 전화를 받았는데 한 남성이 수화기 너머로


-안녕하세요, 야구선수 박찬호입니다.


라고 말했다.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진짜인가, 혹시 거짓이라면 방송 사고가 될 것인데 어떡하나 걱정되었다. 일단 상기된 마음으로 진행자였던 부회장님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드렸고 연결해 달라는 사인을 받았다. 바로 볼륨을 올려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찬호 전 야구선수는 당시 LA에 들렀다 우리 방송을 듣고 한국인 후보를 응원하고자 전화했던 것이었다. 방송 말미에는 후원까지 해주셨다. 덕분에 방송 분위기가 아주 고조되었고 청취자 반응도 뜨거웠으며, 스튜디오 밖에서 방송을 듣고 있던 팀장님부터 다른 임원 분들까지 다 모여 좋아하셨다.




이외에도 이혼 변호사, 성형외과, 치과 의사, 한국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정치인, 한인타운 원로 분들 등 다양한 만남이 있었다. 덕분에 한국에서 학교와 집 밖에 몰랐던 내 시야가 트일 수 있었고 정세를 비롯하여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아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특정 분야에서 저명한 분들을 초대해야 하는 방송국의 특성은 관계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맞는 장점이었다.


사무직에서 근무하는 지금과 비교해 보면 방송국 동료들은 넓은 지식과 에피소드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라 같이 있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반면에 지금은 가만히 앉아 컴퓨터만 바라보며 반복되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안정적이지만 가끔 그때의 생동감과 활기가 그립다. 인턴 1년 동안 겪은 소중한 만남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종종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문득 '이런 즐거운 때도 있었지.' 하며 미소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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