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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영 Mar 07. 2018

불온전한건 그들이 아니라 세상이다

<로건 럭키> 불운한 로건 형제가 만드는 럭키한 한 탕





또 한 번의 케이퍼 무비(범죄자들이 강탈, 혹은 절도하는 내용을 줄거리로 삼는 영화)가 나왔다. 그 유명한 오션스 시리즈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다. 출연진 또한 쟁쟁하다. 채닝 테이텀, 다니엘 크레이그, 아담 드라이버 등이 출연한다.

고백하자면,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지미 로건'이 '채닝 테이텀'인지, '조 뱅'이 정말 '다니엘 크레이그'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마초 배우 이미지가 강한 채닝 테이텀은 다리를 절고 어딘지 모르게 찌질 해 보이고, 제임스 본드 역할이 인상 깊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니엘 크레이그는 젠틀한 느낌이 있었는데 영화 속 조 뱅은 음흉한 눈빛, 경박스러운 문신을 하고 있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남,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에게 불편함을 던진다.





'로건 럭키'는 불운한 로건 집안의 두 형제가 수감자 조 뱅을 섭외해 레이싱 경기장을 터는 내용을 다룬다. 어설픈 계획과 마이너 한 인물들이 만났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의 끝에 그들은 성공하고야 만다. 버지니아의 가장 큰 산업, 레이싱 경기장의 지하 금고를 털었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거 같은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도둑맞긴 했는데 정작 주인은 도둑맞은 금액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 수사를 종결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그들은 애초에 자신들이 얼마를 버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버지니아에서 가장 큰 수익성을 가진 레이싱 산업의 이익구조가 이러했다. 감독은 이 시대에서 가장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자본주의의 맹점을 고발한다. 이는 가장 거대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 날리는 감독의 빈정거림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었지만 우리 또한 나사가 빠져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딸을 위한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미의 전 부인(케이트 홈즈)은 어떠한가. 그녀는 딸이 저속한 가요를 부르는데도 제지하지 않는다. 지미와 이혼을 하고 부자와 사는 것은 과연 딸을 위한 선택인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맹목적 숭배에 따른 행동은 아닌가?

교도소 감독관, 카레이서, 경기장 오너 등 영화에서 대립적 관계의 우위에 있는 자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좀 더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무조건 오케이 사인을 내리고 나보다 열등해 보이는 자에게 거만하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윤리적 가치나 개인적 신념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물질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로건 패밀리는 종이에 적은 허술한 플랜으로 그들의 허를 찌른다.





영화는 사회에게 던져야 할 메시지를 B급 코드를 통해 시사한다. 그러나 그걸 꼭 이렇게 루즈하게 보여줘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서브컬처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B급 문화는 정말 B등급이 아니라, 잘 만든 A급 영화보다 메시지를 날것으로 전달하기에 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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