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 2

by 윤지영



물론 남편도 두드러기 사태를 알고 있었다. 남편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모를 리 없었다. 얼굴에 일어난 일은 감출 수 없으니까. 그렇지만 남편에게는 퉁퉁 부은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 우리는 아직 친구였는데 서로를 돈독하게 공격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장난기가 많아서 숨 쉬듯이 장난을 쳤다. 후에 남편이 가족을 소개시켜 줬을 때 나는 그의 장난기가 아버님의 핏줄을 타고 내려왔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진짜 웃긴 사람들을 볼 때마다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여기며 존경 아닌 존경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은 그 범주에 끼지는 못했으나 매번 자신감 넘치게 개그를 시도하는 스타일이었다. 출중한 재능은 없으나 칠전팔기 느낌이랄까. 컨디션이 좋은 날은 타율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맨 땅에 헤딩하는 날도 적잖았다. 그가 개그를 치고 주변 분위기가 싸해질 때마다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지만 결혼하고 나서 보니 그가 싸한 분위기도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어서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어쨌든 남편과 있으면 웃을 날이 많았다. 그가 재밌을 때마다 나는 그를 존경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운전하다가도 존경하고 대화를 하다가도 존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같은 개그를 재탕하거나 아재 개그를 할 때는 그 마음이 싹 사라지기도 했다.



결혼하고 나서 보내는 첫겨울, 이번에도 두드러기는 여전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의사 선생님이 해준 처방대로 무엇이 원인인지 유추해보았다. 호르몬이나 생활에 큰 변화가 있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면역력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골똘히 생각해보니 결혼생활 자체가 너무나 큰 변화라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면역력을 떨어지게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이렇게 웃으면서 사는데도 말이다. 신혼은 달콤했으나 상당한 적응력을 요하기도 했다.



미혼의 지인들은 종종 결혼이 어떤 건지 물었다. 어느 날은 좋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나쁘기도 해서 쉽사리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고심 끝에 겨우 꺼낸 말이 '결혼 전 보다 좋은 건 더 좋아졌고, 나쁜 것은 더 나빠졌다'는 대답이었다. 나쁜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로 아래의 항목을 뽑아보았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지만 개는 건 사람의 몫인 점, 반드시 저녁에 먹을 반찬이 필요하기 때문에 퇴근길에 저녁 반찬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 혼자만의 시간이 생각보다 없다는 것, 아침을 깨우는 것이 엄마였는데 이제는 알아서 일어나야 하는 것, 출퇴근 시간이 2배가 된 것 등이다. 면밀히 따지면 나쁘다기보단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들이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생활의 변화는 스트레스가 되었고 결국 면역력이 떨어진 올해에도 두드러기와 함께 보내게 생겼다. 울적한 마음으로 터덜터덜 퇴근하면 남편이 먼저 집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어디에라도 지친 몸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에 꽁꽁 언 손을 그의 옷 안에 집어넣었다. 맨 살에서 온기가 만져졌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 손을 빼지 말아.”



그는 귀가 쫑긋 서서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남편은 앞니 두 개가 커서 나는 가끔 그가 토끼로 보였다. 너무 차가운데도 손을 내동댕이치지 않고 안아주는 것에 피로가 풀리고 응어리진 마음이 녹았다. 너무 유치한 걸로 사랑을 확인하는 날 사랑해주는 그가 좋았다.



“내 얼굴 이상하지. 괴물 같아.”


“괴물이 아니야. 너는 예뻐.”



남편이 차린 저녁을 함께 먹고 잠깐 앉아있다가 남편이 하는 몇 마디 말에 또 실없이 웃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제 씻고 자야 할 차례. 얼굴에 약을 도포하고 자리에 누웠다. 온수매트가 이부자리를 데워놓아서 금방이라도 잠이 올 것 같았다.



"지영이 얼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결혼하고 나니 얼굴에 대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도 해주지 않은 처방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