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순전한 얼굴로 낮잠을 자는 동안 엄마는 밀린 설거지를 했어. 뽀독뽀독 소리 나게 그릇을 닦고 행주도 삶고. 수증기가 피어오른 거실에서 더운 공기를 마시며 이 편지를 써. 아,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도 틀어두고.
찬송아. 어떤 노래는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만들어. 너를 돌보고 살림을 하며 정처 없는 하루를 살다가도 노래에 기대면 그곳 그 시절에 잠시 머물 수 있단다. 그렇게 음악은 시간을 여행하게 해. 어쩌면 타임머신 같기도 하네.
작은 너 하나 키우는 게 너무도 막중해서 온 정성을 쏟다가도 문득 멍해질 때가 있지. 그러면 떠나보낸 꿈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 당분간 꺼내지 않겠다고 묻어두었는데도 자꾸 문을 두드리는 거야. 꽁꽁 닫은 문틈 사이로도 그것들이 새어 들어올 때 엄마는 노래를 틀어. 잠깐 그곳에 다녀오면 다시 빗장을 잠글 수 있거든. 충분해. 이제는 네가 웃고 먹고 자라는 게 나의 가장 큰 꿈이야.
네가 엄마,라고 말할 날이 언제쯤 올까? 마주 앉아 각자 바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날은 더 긴 시간이 걸리겠지. 그날이 오면 이 노래를 들려줄게. 엄마의 젊은 날을 같이 여행하자.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는 거야. 일단은 행주부터 널어야겠지만. 그날이 더디지만 속히 오리라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