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외부에서 찾는 자. 내면에서 만드는 자.
"여행이 너에게 어떤 행복을 선사해? 개인적으로 나는 여행 다녀와서 더 피곤하더라고. 여행이 인생의 낙인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여행은 우선 일상으로부터 해방감을 줘.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까 월화수목금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거든. 퇴근 후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실실 웃음이 나온달까? 또 하나는 자연 경치를 보며 느끼는 경외심.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좋지만, 가기 전, 도착하기 전이 난 더 설레더라고. 창 밖으로 보이는 산, 구름, 초록색. 초록색이라고 단편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미안할 정도야. 얼마나 많은 초록색이 있는 지 몰라. 나무마다, 산마다 다 다르고."
"으음. 감수성 나왔네."
"보통 그런게 나의 행복을 조장하지. 너는 뭐 할 때 행복한데?"
"내 행복은 너랑 성격이 좀 달라. 나에게 있어서 행복하다는 느낌은 고양된 게 아니거든. 마음에 심한 요동없이 차분하게 '아 너무 좋다' 싶을 때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은 생각을 나눌 때. 혼자 있을 때도, 내가 오늘 이걸 깨달았고 이만큼 발전했구나. 이걸 해냈구나 생각이 들었을 때. 오늘 한 음악이, 거기에 들인 노력이 힘들지 않게 느껴지면. 그때 행복한 거 같아."
"기타치는 사람의 네 단계? 그거 봤어. 며칠 전에 페이스북에서."
"그거 봤구나. 음악은 딱 두 단계만 행복하다는거. 처음 시작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행복할 때. 그 이후는 계속 불행하다. 해도 해도 만족스럽지 않고 모르는 게 있잖아. 음악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무수히 많은 점들의 시간이 흘러 모든 걸 아는 마스터의 경지에 이를 때에야 비로소 인간은 행복하다. 본능, 감정, 플레이가 혼열일체 될 때. 감정과 이성이 하나가 되서 표현할 수가 있는거지. 아 너 그거 봤구나. 하하. 그래서 나 지금 불행해."
"그니까 너의 말은, 아무것도 모르는 단계는 이미 지나왔고 마스터의 경지는 도달하기까지 많은 챌린지가 있고. 너는 그 중간 어디엔가 있다는 말이지?"
"맞아. 행복한 얘기 하다가 갑자기 불행해졌어."
"음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런거 같아.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응. 예술 특히 심하고."
"그래도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작은 행복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는 거 같아. 나처럼 외부에서 행복을 찾는 나도, 내면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너도 어제보다 더 나은 것을 원하잖아."
"외부건 내면이건 중요하지 않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느냐. 그래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느냐. 각자에게 맞는 그 방법을 알아내야겠지."
"이 대화로 오늘의 너는 불행해진거야?"
"아냐. 같은 생각을 나누었으니까, 그리고 타인의 행복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들었으니 뭐.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면 불행하겠지만 끝에 행복이 있다는 걸 알고 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