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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훈련

누군가 너를 사랑해준다는 건

by 윤지영


"그 사람하고 헤어지고 나서 생각을 해봤는데."


"이제 네 감정이 어떤지 좀 보이는 거 같아? 어때?"


"이 문제에 대해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합해보면 나는 그 사람의 존재가 아니라 역할을 원했더라고.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나를 아껴주고 좋아해주는 그 사람’이 나는 좋았던 거야. 상대는 무조건적 사랑을 줬는데 나는 조건부 사랑을 한 거지. 나는 외로웠기에 영악해졌고 상대의 순수한 사랑을 받았던 거... 그리고 그게 충족되니까 헤어지자고 했던 거고."


"그런 너의 모습을 직면하느라 많이 힘들었겠다."


"나마 이번 헤어짐이 없었다면 또 나에게 속아서 가짜 사랑을 찾아 헤맸을 거야. 내가 매력이 많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합리화하면서 사람들의 진심을 사려고 했겠지.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너무 밉다."


"나도 네가 왜 이성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까 생각해봤어. 물론 첫 번째는 네가 예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그다음은, 이런 거 얘기하면 마음 아프고 눈물 나는데."


"괜찮아. 얘기해줘."


"네가 아빠에게 받지 못한 사랑 때문에 편중된 심정들, 상처들, 연약한 네 마음을 하나님이 불쌍히 여겨서 돌봐주려고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에게는 유난히 사랑을 받는 훈련이 많잖아. 주위 사람들이 너를 사랑하고, 남자들도 많이 대시하고. 누군가가 너에게 끝없는 사랑을 제공해주면서 '이런 사랑도 있고 이런 진심도 있으니 많이 받고 느껴보렴. 누군가 너를 사랑해준다는 건 이런 거야. 기분이 좋고 황홀하고 마음만으로도 고마운 거야.’라고 말하는 거 같은. 나는 처음엔 너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어. 자기 일에 열심이고 누가 봐도 매력적이니까. 근데 네가 연약해서 사랑받는다는 걸 너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해보면서 알게 되었어. 네가 예전부터 연애는 쉬운데 사랑은 어렵다고 했던 말이 이상하리만치 내 마음에 많이 남더라고."


"나는 이런 나를 여우라고 할까 봐.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려웠거든. 그런 관점으로는 생각을 못 해봤어."


누군가는 사랑을 주는 액션을 주로 취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받는 모양새가 주를 이룬다. 균형 잡히지 않은 이 방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의 훈련을 받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하는 훈련을, 사랑받는 훈련을 받는다. 어린 시절 일방적으로 사랑받는 훈련을 받았다면 성숙해져서는 사랑하는 훈련이 시작되며 두 훈련은 상호작용을 하며 더 강력해진다. 너는 어린 시절 아빠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훈련 과정 중에 있을 뿐이다. 남들보다 느리게.


"너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너도 온전한 사랑을 알아, 누군가에게 사랑을 하는 역할을 감당해주는 거지. 우리가 어떻게 우리 힘으로 자존적인 사랑을 하겠니. 부모에게 배운 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준 방식대로 닮아가는 거지. 천천히 생각하자. 그리고 그 사람이 너를 많이 사랑해줬으니까, 너도 이제 알 꺼야. 사랑이 어떤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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