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예술가 친구를 만드는 방법

예술. Part 1

by 윤지영



“그건 아주 쉬워. 사람은 누구나 예술성을 지닌 채 잉태되거든. 흙바닥에 그렸던 어떤 도형, 높낮이가 다른 음을 빽빽 내뱉었던 모든 행위가 예술의 씨앗이라고 봐. 그치만, 어린 예술가는 곧 학교에 입학해 원근법과 화성학을 배우겠지. 정말 잔인한 건 학교야. 원근법과 화성학이 예술가의 두뇌를 지배했는지 안 했는지 시험을 쳐서 확인사살을 하잖아. 뭐 어쩌겠니. 영혼이 획일화된 교육에 갇히면서부터 예술성은 사람을 떠나게 되어있어.



그러나 예술 몰살의 파도에도 살아남은 행운의 주인공들은 있기 마련이야. 다 처참하게 죽는 전쟁 영화에서도 소수는 살아남는 것처럼. 영혼의 자리 한편에 예술을 숨기고 있는 주인공은 간지러운 예술성을 견디지 못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시작해. 공원이든 카페이든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 출근길이든 늦은 밤 책상 앞이든 시간 또한 중요하지 않고. 꼬물꼬물 새어 나오는 예술을 방치하기엔 뭔가 죄책감이 드니까 그렇게라도 해소를 할 수 밖에 없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게 다 예술인데.



혹시 네 주변에 누군가가 카페 냅킨을 종이 삼아 뭔갈 쓰고 있다던가, 혹은 풀 한 포기에도 감탄을 하고 있다면 걔네 안에는 아직 예술이 웅크리고 있는 거야. 바로 그 때야. 그때가 중요해. 그때 잠시 동안만 시간을 주면 돼. 온 사물이 그에게 예술의 언어로 말을 걸 때 네가 잠시 침묵해주면 되는 거야.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 평소 수다쟁이더라도 예술과 대화하는 순간은 말수가 줄어들어.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야 하거든.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한 기운이 줄어들고 예술이 그에게 공명하는 것을 멈추면 그때 한마디 하면 돼. 뭔지 모르겠지만 네 안에 뭔가 있는 거 같다. 어쩌면 예술가 같아 보이니까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신기한게 뭔 줄 알아? 네 말 한마디에 그 친구는 마법처럼 예술을 계속할 거야.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겨. 네 응원이 열쇠가 되어 준거거든. 문을 박차고 뛰어나오는 예술을 다시 가둬둘 사람은 없어. 그럴 사람이었다면 이미 학교 교육에서 걸러졌겠지. 자기 안에 예술이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는 하다못해 잠들기 전에 노트에 한 문장이라도 휘갈기고 잘걸? 그게 예술이 살고 있는 영혼의 숙명이거든.



생각해봐. 고흐는 동생 태오가 있었기에 죽는 순간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동주는 사촌 송몽규가 글을 쓰라고 했기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시를 썼어. 고흐에게 태오가 없었다면 고흐가 과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동주는 어떻고. 동주에게 송몽규가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몰랐을 걸. 그니까 예술가한테는, 한마디만 해주면 돼. 그들은 그게 필요할 뿐이야.



이 땅은 예술을 하기엔 척박하니까 우리가 예술가들을 도와주자. 예술의 경중은 중요하지 않아. 단지 예술을 한다는 행위와 예술가라는 존재만이 중요하지.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진짜 예술가가 되고 우리는 예술가 친구를 만들고. 일석이조잖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