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서울로 가자

조급함

by 암튼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갖고 있는 분당 소형아파트 팔고, 서울 아파트로 바꾸어야겠어”

“그 서울 구축이 더 오른다는 보장도 없고 지금 분위기가 안 좋은데 꼭 그렇게 해야겠어? 조급해 보여”

“하락장인 것은 남편도 체감하지? 이게 바닥인 것은 모르겠지만 본질을 생각해 보면 경기도 10평대 아파트를 매도하고 금호동 20평형 아파트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당연히 옳은 선택 아닐까?”

돈과 부동산 투자 방법에 대해 남편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몇 날 며칠을 논의하고 또 논의했다. 결국 일단은 분당아파트를 먼저 팔기로 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수년간 에어비앤비를 운영했던 강원도 단독주택도 같이 내놓았다. 단독주택의 경우 매도에만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천운이 따랐는지 내놓은 지 2달 만에 매수자가 나타나서 굉장히 쉽게 매도하게 되었다.

오히려 분당 아파트는 내가 매수한 가격보다는 몇 억이 올랐지만, 워낙 장이 안 좋았기 때문에 로열층임에도 몇 천만 원을 깎여서 매도하게 되었다. 출산이 임박한 시기였다. 남편은 100% 나의 말이 신뢰도 가지 않고, 급해 보이기만 했지만 또 나를 완벽하게 설득할만한 논리도 없었기에 그저 따라와 주었다. 아기를 임신한 채 아파트 3채를 팔아치우는 경험을 하였다. 나의 집 3채가 완료된 뒤, 우리 집 방향성을 다시 잡았다. 각자가 갖고 있던 모든 아파트 매도 금액을 합쳐서 서울 좋은 곳에 갭투자를 하거나 실거주할 집을 투자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아기는 거의 부동산으로 태교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나는 건강하게 출산을 하게 되었고, 마지막 남편의 집 한 채를 팔아치우면 된다. 역시나 경기도의 부동산 시장은 차디 찼다. 남편의 아파트는 소형세대 아파트 단지였기 때문에, 매도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3채를 처분하고 출산과 신생아 육아를 하는 사이에 서울의 강남 3구는 점점 호가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매달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엑셀을 정리하면서 실거래가가 팍팍 올라가는 것을 눈으로 지켜보았다.

어느덧, 베란다 넘어 눈이 내리는 겨울이 찾아왔다.

12월의 어느 날. 월세 집주인 어르신께 전화가 왔다.

“내년 5월에 만기시죠~ 저희가 실거주하려고요. 이사 나가주셔야겠습니다. 미리 연락드립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이 저렴한 신혼집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을 더 살려고 했다. 그렇게 서울에 갭투자를 해두려고 했는데, 역시나 월세를 너무 싸게 잡아서 우리를 내보내는 것이 집주인에게도 수지타산이 맞아떨어졌을 터다.

우리 부부는 이해했다. 집주인이면서 세입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두어 시간 뒤 남편에게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천만 원만 깎아주시면, 잔금 빠르게 쳐서 매수한다는 신혼부부가 있어요. 매도하시겠어요?”


같은 날에, 월세 만기가 되면 이사 나가달라는 전화와, 남편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전화가 왔다.

나는 심장이 떨렸다.

온 우주가 우리 부부를 돕고 있구나.

그렇게 우리는 본격적으로 임장을 했고, 결국 송파구의 40평대 아파트를 매수했다.

2024년 12월에 계약서를 썼고, 계약서를 쓰고 나서 며칠 뒤 우리나라 희대의 사건이 터졌다.

바로 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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