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실]#5. 문학 작품 제대로 읽는 법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여러분이 문학 대학원에 가시게 면, 아마 첫 수업 시간부터 이 이야기를 듣게 되실 겁니다.
작품 속 이야기는 작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중 화자와 작가 분리하기
이 이야기를 어렵게 표현한 말이 바로 '작중 화자와 작가 분리하기'입니다. 아무리 1인칭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심지어 시조차도, 작품 속 화자는 작가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40대 중반의 아저씨, 톨스토이가 묘령의 귀족 부인, 안나 카레니나로 감쪽같이 분(扮)할 수 있는 것이고, 남성 시인 김소월이 그토록 절절한 소녀의 목소리로 '즈려밟고 가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소설만 보면 뼛속까지 진보주의자일 것 같은 도스토예프스키도 실제로는 지독한 국수주의자였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삶을 내려놓고 보아야 합니다. 작가와 작품은 다른 것이기 때문에 형편없이 사는 작가에게서도 보석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고(이 얼마나 희망적인 이야기인!), 그런 이유로 작가는 삶이 아니라 작품만으로 평가받아야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배우는 입장이라면 더욱 더 작품과 작가를 분리해서 봐야합니다. 그래야 내 글을 쓸 때도 솔직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할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걸까요? 그것은 이야기 속에 작가의 삶의 단면이 반영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삶의 반영'은 이야기의 태생적인 특성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작가가 일상에서 길어올린 소재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제가 일상의 글쓰기를 하 겁니다).
SF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인물간의 관계라든가, 갈등, 문제의식에는 전부 작가의 삶과 사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가진 생각의 편린이 소설 이곳저곳에 박혀 있다고 해서 소설 전체를 작가의 실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은 소설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카프카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소설가는 자신의 생애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다른 집을 짓는 사람이다.
괜히 카프카가 아닙니다. 저같은 하찔이들은 따라할 수도 없는, 멋짐 폭발의 문장입니다.
요약하면, 우리는 작품을 읽을 때, 이야기 속에 작가의 삶과 평소 생각이 일부 반영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이야기 속에 작가의 삶과 평소 생각이 일부 반영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작가의 실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2958080160
'기다리는 마음' 창작 비화
향긋한 빵과 시큼한 레몬으로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하는 이 시 역시,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가는 그저 꿈에서 옛남친을 보았고, 꿈에서 깨어 비몽사몽으로 거실로 나와보니 레몬나무가 혼자 신나게 꽃을 피우고 있었고, 강렬한 레몬 향에 후각이 자극되니 그저 갓구운 빵이 먹고 싶었을 뿐니다. 이 모든 요소들을 벽돌삼아 아침 댓바람부터 시라는 다른 집을 지어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 아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그 아픔을 충분히 즐기시되(시의 목적 감정의 향유이니), 그 아픈 마음을 작가로 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작가는 그걸 쓴 후에 내내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았습니다.
레몬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녀석은 기다림과 서운한 마음 같은 것은 먹지 않습니다. 그저 물과 볕과 대유 물푸레에서 나온 액체비료를 탐욕스럽게 먹을 뿐입니다. 오늘 보니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갑자기 죄스런 마음에 포스팅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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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295655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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