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쓰기] 기다리는 마음

by NOPA


오래도록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제는 꿈에 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꿈에서 그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향긋한 빵을 사주며

여기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꿈에서도 그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어느덧 향기는 사라지고 빵은 차가운 돌덩이가 되었지만

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 이제 정말 돌아오지 않는 것이구나.


저는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는 마음도 챙기고 서운한 마음도 챙겼습니다.

챙기고 보니 전부 제 마음이어서 누구를 원망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저는

돌처럼 단단해진 빵들을 잘게 쪼개어

조각난 마음들과 함께 조물조물 섞었습니다.

섞고 보니

어느 것이 빵이고 어느 것이 마음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마음이란 것이

식기도 잘 식고 굳기도 잘 굳는

빵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큰 화분을 꺼내어

빵과 마음의 조각들을 화분 깊숙한 곳으로 쏟아부었습니다.

빵 같은 마음, 마음 같은 빵의 조각들이

화분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저는 그 위로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많은 양의 흙을 푹신하게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레몬 씨앗을 심었습니다.


씨앗은

기다리는 마음, 서운한 마음, 돌덩이 같은 마음을 먹고 꿈을 꾸다가

어느날 문득 싹을 틔울 것입니다.

이내 가지를 드리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지의 끝에서 레몬이 열릴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레몬을 한 개 따서 베어물으며

마음의 맛이 참으로 시큼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더는 기다리지 않게되어

좋다고 말할 것입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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