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실] #11. 주제 밀접성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잘 쓰려고 하는 마음을 없애는 법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주제인 '장황하게 쓰지 않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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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 어떤 분들은 쓸 말이 없어서 곤욕을 치르는 반면, 어떤 분들은 너무 장황하게 쓰는 바람에 읽는 사람을 곤란하게 합니다. 그러나 장황하게라도 쓰는 것이 아예 안 쓰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서두에 미리 밝혀둡니다. 언제나 그렇듯, 뭐라도 쓰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독자들은 장황한 글을 썩 읽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또 쓰는 사람 자신의 글이 장황하다는 사실을 잘 눈치채지 못합니다. 교장선생님이 자신의 훈화가 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거기에 우리의 비극이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열심히 글을 써서 올리는데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 혹시 내 글이 장황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어떤 글이 장황한 글일까요?
먼저, 글의 길이가 ‘너무’ 긴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A4용지 10에서 2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글을 쓴다면, 거기에 무슨 내용이 담겼든, 읽는 사람으로서는 글이 장황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블로그는 보통 한 두페이지 분량의 글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논문집에 올린다면, 이번엔 너무 짧다는 소릴 들을 것입니다. 즉 글을 게시하는 공간이나 글의 용도를 '고려했을 때' 길이가 너무 길면 장황한 글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꼭 긴 글이 장황한 글은 아닙니다. 일례로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작가는, 썼다하면 천 페이지가 넘게 쓰는데, 이는 소설치고도 꽤 긴 분량이지만, 어떤 평론가도 그의 글을 가리켜 장황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상세하고 치밀한 대서사시다! 이렇게 평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한 페이지 분량만 써도 글이 장황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그것은 '주제 밀접성' 때문입니다.
주제 밀접성
쉽게 말해 설거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면 설거지에 대해서만 말해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설거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해놓고 이 설거지거리가 무슨 음식을 먹다가 나온 것인지에서부터 대체 우리 애는 왜 그 음식을 안 먹는지 모르겠다는 것까지, 계속해서 주변적인 말만 늘어놓습니다. 그러면 글은 주제와 상관없이 중구난방으로 튀면서 결국 장황해집니다.
라디오 작가를 할 때 저를 곤란하게 만드는 패널도 바로 글이 장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전문가 패널들의 경우, 방송에서 말할 내용을 미리 써서 작가에게 전달하면, 작가는 그 자료의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마치 드라마 대본을 쓰듯, 원고를 작성합니다. 여러분들이 들으시는 라디오 방송들이 다, 작가가 그렇게 쓴 원고를 출연자들이 연기를 하며 읽는, 일종의 상황극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패널은 '새 법'이라는 주제의 핵심이 되는 부분, 즉 법이 언제부터 시행되고 벌금은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이 법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만 열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글을 자료로 주시곤 했습니다.(그나마도 자신이 직접 쓴 것도 아니고 책에서 복붙한..)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할 때, 사람들은 그 법의 내용이 궁금한 것이지 그것이 만들어진 장구한 역사가 알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주구장창 이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다면, 이 글은 주제와 밀접하지 않은 내용만 말하다가, 즉 곁다리만 짚다가 끝나게 되는 겁니다. 이런 글이 장황한 글의 전형입니다. 설거지 얘기를 하기로 했으면 설거지 얘기만 해야 되고, 법 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면 법 내용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대체 우리는 왜 장황하게 쓰는 것일까요?
글을 쓸 때 주제와 밀접한 내용을 써야한다는 것은 사실 이미 아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왜 썼다 하면 장황해지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가 다정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보기에는 그 법률이 만들어진 역사도 중요해 보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가르쳐주고 싶다는 다정한 마음에 그렇게 장황하게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 부분에서 이렇게 힘을 쏟아버리면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지치게 되고, 또 지면도 부족해지니 정작 중요한 내용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급하게 글을 마무리짓게 되는 겁니다.
그런 글은 용두사미도 아니고, 꼬리만 용처럼 자세하게 묘사된, 용미사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독자들은 설거지 방법이 알고 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설거지 얘기는 한 마디도 없고 계속 자신이 뭘 먹었는지만 얘기하다가 그 와중에 요즘 애들은 식습관이 안 좋다고 잔소리까지 하니, 글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 글쓴이의 다정한 마음은 가르치려 드는 마음으로 여겨집니다. 결국 독자들은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책을 놓아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글을 장황하게 쓰지 않으려면?
사실 저도 글을 장황하게 쓰는 버릇이 있어서 이 버릇을 고치기 위해 굉장히 오랫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게 됐습니다만,, 저는 지금 용미사두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왜일까요? 바로 1탄에서 여러분들을 휘어감은 다음에 두 번째 포스팅도 보게만들겠다는 사악한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후후. 어차피 지금 여기에 다 옮겨봤자 여러분들은 이쯤에서 스크롤 내려버리실 겁니다. 저도 그러기 때문에 다 알고 있습니다. 누구도 블로그에서 A4 두 장이 넘는 글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장황하지 않은, 날씬한 글을 쓸 수 있는지, 다음 포스팅에서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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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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