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쓰기] 제가 만들면, 여러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마지막 방송 원고를 쓰다가 오후 두시쯤 되니 영 짜증이 났습니다. 방송국 일은 저를 먹여 살려준 제 2의 부모님이나 다름없지만, 저는 그 양부모가 시키는 일이 끔찍하게 싫습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이것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자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같은 것입니다. 일이 끊기는 것은 몹시 불안하지만 일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이 따위 무의미한 글 덩어리, 냉큼 눈앞에서 썩 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갑자기 브라우니가 먹고싶어졌습니다. 한 번 생각이 일자, 일이고 나발이고 세상에서 가장 달달하고 쫀쫀한 브라우니를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겨울에 손바닥만한 브라우니 하나 먹겠다고 집 밖을 나설 부지런함 같은 것은 제게 없습니다. 게다가 토요일의 저는 야만인의 룩을 하고 있습니다. 그 야생의 몰골을 단정하게 정돈하여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지쳤습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어느 유대인 아주머니의 집에서 하숙을 할 때, 그녀는 무슨 날마다 브라우니를 한 판씩 구워내곤 하셨습니다. 미국 아줌마가 턱턱하는 것을 보니, 저라고 못할 리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도 저는 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브라우니는 아니고 초콜릿 수플레 레시피를 따라한 것인데, 민감하지 않은 제 입에는 그 맛이 그 맛입니다. 달콤하고 쫀득한데다 따뜻하기까지 하니, 지금 제게 딱 필요한 맛이었습니다.
저는 만든 김에 스콘도 만들었습니다.
브라우니와 스콘은 만들기도 쉽고 재료비도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2500원짜리 밀가루 반 봉지(500그람)와 유사 누텔라(이마트 초코 크림) 반의 반 통이면 저렇게 많은 브라우니와 스콘이 생깁니다. 아, 계란 세 개와 우유도 200ml 정도 필요합니다.
저는 그동안 왜 그 조막만한 브라우니와 스콘을 오천원씩 주고 사먹었던 걸까요?
대신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두 시간 걸렸습니다. 그것은 제가 손이 느리고, 또 중간에 까부느라 유리 보울을 깨트려 시간이 지체된 탓입니다. 익숙해지면 반죽 숙성 시간(30분)까지 합쳐서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스콘은 설탕을 안 넣어서 잼을 찍어먹어야 맛이 나는데, 브라우니는 그냥 먹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역시, 미국 아줌마가 만들 수 있으면 저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들 수 있으면 온 세상 사람들도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2022년의 마지막 날은 고소하고 달콤한 빵냄새와 함께 따뜻한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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