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까지는 집밖 출입을 못 하게 됐습니다

[일상쓰기] 집순이의 일상

by NOPA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오늘은 끔찍하게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처음부터 이 정도의 스케줄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새해가 되었으니 몇 군데 병원 검진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과 다른 행정 업무들 처리와 문화의 날이니 마무리로 영화를 보고... 이런 멍청이, 밥먹는 일정은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스케줄이 여섯 개입니다.


하지만 집순이는 여섯 가지 일을 6일에 걸쳐 하느니 차라리 하루에 몰아서 일처리를 하고 이후 6일 동안 집에 있는 것을 택합니다. 거기서 더 행복을 느낍니다.


진정한 집순이라면 한 번 나갈 때 이 정도는...

그래서 저는 이른 아침부터 운정신도시를 갔다가 파주를 갔다가 덕양구로 내려가면서 이쯤에서 멈춰야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으나 그러면 내일 또 나와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완벽하게 설득되어 하루종일 무려 일곱 군데의 장소에서 7가지의 일을 했습니다.


그 중 세 가지는 병원 진료였는데, 한 병원에서 받은 진료는 제가 기절한 것이 아닌지 의사가 계속 확인해야 할 정도로 끔찍하게 아픈 것이었데, 그때 '차라리 흉터 주사를 백 대 맞는 게 낫겠어' 라고 생각했다가 '그럼 생각난 김에 흉터 주사도 맞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너덜거리는 몸을 이끌고 피부과로 향하는 바람에 스케줄이 하나 더 추가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8시간을 돌아다녔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걷는 것이 아니라 기고 있다고 느꼈고, 결국 마무리 스케줄인 영화를 포기하고 집으로 오게되었습니다.


외출의 고통을 상쇄시켜주는 칩거

오자마자 물을 끓여 따뜻한 한라봉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이토록 고통스러운 외출의 상흔에서 치유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일간의 칩거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2월 중순까지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자발적 격리 생활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너무도 쉽게 자신을 집순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훗, 아서길 바랍니다. 한달 교통비가 5천원 밑으로 나와줘야 집순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자격이 되는 겁니다. 저도 오늘 외출로 말미암아 이번 달은 교통비가 만원은 나올 것 같으니, 잠시 왕관을 내려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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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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