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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Mar 24. 2023

156으로 살아서 좋은 점

노파의 글쓰기 <일상 쓰기>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키가 160이 안 되는 작은 인간들은 일상에서 더 많은 전투를 치릅니다.

 

물건들은 왜 하나같이 높은 곳에 있는 것인지, 부엌 선반에서 컵 하나를 꺼낼 때도 까치발을 들어야 하고, 대중교통 손잡이는 팔을 쭉 뻗어야 잡을 수 있기에 똑같이 버스를 타도 남들보다 더 피곤합니다. 그 와중에 키 큰 사람들의 겨드랑이 냄새는 덤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난관은 뭐니뭐니해도 작은 인간을 무시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입니다. 길에서 시비 걸 사람을 찾는 사회 부적응자들의 레이더에 작은 인간들은 언제나 첫 번째로 걸립니다. 눈을 부릅뜨고 항의를 해봐도 돌아오는 반응은 ‘요, 쥐똥만 한 게?’ 입니다. 그럴 때마다 다음 생엔 190으로 태어나 짓밟아주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돌아섭니다.

 

그러나 가끔은 작은 인간이라 좋을 때도 있습니다.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좋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어제처럼 어두운 밤 골목길에서, 마주오는 사람이 작은 인간인 것을 안 여자들과 아이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볼 때면 그렇습니다.

 

어느 풍경에서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안으로 스며 들어가 나보다 더 작고 연약한 누군가를 위해 문을 잡아주고 벨을 눌러주고 먼저 보내줄 때도 그렇습니다. 이 작은 배려에 고마움을 잊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온종일 좋은 기분으로 지낼 수 있습니다.

 

역시 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듯 합니다.


작은 인간이든 큰 인간이든, 오늘도 각자의 기쁨을 하나 씩은 만들 수 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Ps. 이것은 우리 텃밭에 새롭게 정착한 ‘작은 것’입니다.


콩이 죽은 자리에 심은 오이가 마침내 싹을 틔웠습니다.


부디 큰 것들 사이에서 기죽지 말고 위풍당당하게 잘 자라주기 바랍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052529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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