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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Mar 29. 2023

작가로 살기 위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

[노파의 글쓰기] 문 공모전에 응모할 때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어제 또 공모전에 개구리를 보냈습니다.


이 원고를 고치느라 한 동안 블로그도, 유튜브도 못했습니다. 2년 동안 일곱 번 정도 탈고를 하고 다섯번 째 응모를 하는데도, 할 때마다 눈알이 빠지고 허리가 부러집니다. 그만큼 고칠 게 많습니다. 아마 여덟 번째 탈고를 할 때쯤에 이번엔 왜 떨어졌는지 알게 될 겁니다.


작가로 살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은 집요함입니다. 제가 어디 가서 글을 특출나게 쓴다고는 말 못하지만, 집요함만큼은 타고났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를 직접 만난다면 진저리가 쳐질만큼 집요한 인간입니다. 이번 원고만 해도 대체 개구리를 몇 마리를 죽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 개구리는 계속 죽기만 하고 영영 세상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결과를 기대하고 응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응모는 그냥 하는 겁니다. 숟가락 들었으니 밥을 뜨는 거고, 변기에 앉았으니 싸는 거고, 공모가 떴으니 응모를 하는 겁니다. 응모할 때 기대하고 발표할 때 좌절하는, 희망과 실망의 롤러코스터는 초짜의 영역입니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고 응모를 해야 좀비같은 꾸준함으로 지치지 않고 응모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 번 정도 미끄러지고 보니, 초짜의 법칙이랄까, 여하튼 입문자들의 심리 패턴도 알게 됩니다. 처음 공모전에 응모를 할 때는 자신이 엄청난 대작을 쓴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원고를 보냅니다. 말은 '되겠어?' 하면서도 상금을 받으면 어디에 쓸지 이미 지출 계획도 다 짜놓았습니다. 벌써 출판사에다가 어떤 건 들어주고 어떤 건 안 된다고 할지도 다 생각해놨습니다. 만일 응모를 하는데 이런 기분이 드셨다면 99.9퍼센트의 확률도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같은 원고로 두 번, 세 번, 탈고를 해보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습니다. 탈고를 거듭할 수록 내가 전에 썼던 원고가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일곱 번째 탈고에 이르게 되면,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아니 우체국에 가면서도, 내가 또 쓰레기를 보내는군, 거참 미안하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왼발을 디딜 때마다 염치를, 오른발에선 수치를 느끼며 우체국에 갑니다. 그러니 만약 자신이 걸작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 이번엔 글러먹었군, 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시기 바랍니다.


니 것만 쓰레기겠지, 내 껀 진짜 걸작이야! 하실 수도 있겠으나 제 초고도 신춘문예 출신의 소설가 선생님께서 '이거, 되겠는데?' 하셨던 원고입니다. 그런 원고도 일곱 번 고치니 이 또한 쓰레기라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참고로 어떤 원고에 대해서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글을 쓴 사람뿐입니다. 남의 원고에 대해 말하면서 쓰레기는 커녕 그 비슷한 단어도 절대 꺼내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내 보기엔 쓰레기여도 그것을 쓴 사람에겐 금쪽같은 내 새끼인지라 섣불리 쓰레기를 입에 올렸다간 영원의 저주와 절교, 나아가 칼부림이 날 수도 있습니다.


떨어뜨리면 저주하겠다는 억하심정에서 빨간색 글씨로 갈겨 쓴 것이 아닙니다. 워낙 이런저런 투고가 많이 들어갈 테니, 혹시라도 누락되지 않기 위해 부러 눈에 띄는 색깔로 쓴 것일 뿐입니다.  저주는 떨어진 게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또한 갈겨쓴 것처럼 보이겠으나 정성껏 쓴 글씨입니다. 다른 데 쓴 글씨에 비하면 이건 거의 한석봉체입니다. 


그러니 부디 내가 애먼 사람을 저주하지 않도록, 개구리야, 힘을 내!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05414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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