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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May 30. 2023

[책 리뷰] <작별인사>, 김영하

(어쩌면 누군가는 스포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과연 이게 스포라고 할만한 것인가, 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됨)



김영하 소설가는 어느날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의식과 영원과 무아(無我)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 이런 개념들을 녹여내기 어려우니 미래에, 남과 북이 통일된 통일 한국에서, 휴머노이드와 클론과 인공지능이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그 개념을 형상화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의도가 어떠했든지 간에, 소설로서의 형상화는 그렇게 성공적한 것 같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들이 마치 작가의 관념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처럼 보였습니다. 입만 열면 무아(無我)니, 우주 정신이니, 자아의 개별성이니, 끝없이 개념어들이 남발됐습니다.


대충 이런 식의 내용이 소설 전반에 걸쳐 나옵니다.


그때 이미 선이에게는 남다른 사생(死生)관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는 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인간이든 휴머노이드든 간에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궁극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했다. 선이는 수용소에 들어오기 전부터, 우주의 모든 물질은 대부분의 시간을 절대적 무와 진공의 상태에서 보내지만 아주 잠시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되어 우주정신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여겼다. 그리고 우리에게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의식이 살아 있는 지금, 각성하여 살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 각성은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그런 탓에 가장 인간적인 휴머노이드라고 표현되는 주인공마저도 그 어떤 로봇보다 더욱 로봇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깐, 김영하가 설계한 인공지능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걸 과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가, 소설의 형태를 취한 존재 관념 설명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름부터가 그렇습니다. '달마'라는 인공지능과 선악을 정의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선'이라는 이름의 클론, 그리고 철학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직접 밝히는 휴머노이드 '철'이까지... 그저 결말을 알기 위해 끝까지 읽었습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을 때만 해도 어떻게 28살이 이런 걸 쓸 수 있냐, 이거야말로 미래 소설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30년 가까이 흐른 후 작가의 이야기는 무려 2600년을 거슬러 올라간, 과거의 소설처럼 여겨졌습니다.


만일 제가 무아(無我)에 대해 알고 싶다면 불교 경전을 봤을 것이고, 인식 작용에 관해 알고 싶었다면 뇌과학 책을 들춰봤을 것입니다. 저는 그저 소설을 읽고 싶었을 뿐입니다.


참고로 저는 우리집 토굴에서 아침마다 삼배를 드리는 불자(拂子)입니다. 불교 관련 내용이 불편해서 토를 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에서 말씀드립니다. 다만, 무아(無我)가 알고 싶다면 소설을 쓰는 대신 명상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하나의 의견일 뿐입니다. 다른 분들은 재밌게 읽으실 수도 있습니다. 직접 읽어보시고 스스로 평가해보시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114548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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