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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PA Jun 08. 2023

베란다 텃밭 고구마 캐는 날

[노파의 글쓰기] 고구마 수확 영상 있

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요 며칠 고구마 잎이 계속 시들길래 드디어 올 게 왔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무려 7개월간 보살핌을 받았으니 이제, 은혜를 갚을 때가 된 것입니다. 고라니처럼 그렇게 많은 고구마 잎을 뜯어먹은 주제에 또 은혜를 갚길 바라다니.. 쓰고 보니 뻔뻔한 인간입니다.


그래도 만선을 비는 어부의 마음으로 박스를 샅샅이 뒤져보았습니다. 참고로 고구마를 스티로폼 박스에 심은 이유는 한 고구마 달인이, 고구마를 캘 때 박살 내고 꺼내기 좋다며 스티로폼 박스에 심으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난 늦가을, 폐지 줍는 할머니를 미리 경험하는 차원에서 아파트 재활용장을 기웃거리며 하나 주워와 심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고구마는 털만 무성하고 알은 하나도 없는 맹탕이었습니다. 야밤에 20L쯤 되는 흙을 샅샅이 뒤집으며 저는 약이 잔뜩 올랐으나, 생각해보니 아직 고구마는 여름다운 여름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저 혼자 기대하고 설레다가 저렇게 다 헤집어놓고 씩씩대는 겁니다. 그 와중에 영상 찍는다고 원피스에 레이스까지 걸치고 온 꼬라지라니..


저처럼 성미가 급한 사람은 뿌리 식물은 수조를 사다가 심는 게 낫겠습니다. 안 그럼 속이 궁금해 죽다가 결국 고구마를 죽이고 맙니다. 그런데 녀석은 갑자기 왜 시들었던 걸까요?


영상 중간에 난자질처럼 보이는 장면은 썩은 고구마를 흙과 함께 다지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7개월을 흙 속에 있었는데 저렇게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니, 신기합니다. 아마 몇 번 싹을 틔우려고 시도했다가 큰놈에게 밀려 결국 실패했나 봅니다. 잘 다져서 다른 고구마의 영양분으로 써야겠습니다.


사실 식물 세계에서는 죽고 사는 경계가 좀 애매합니다. 누구 한 놈 죽었다는 소문이 들리면 바로 썰고 저며서 다른 놈의 퇴비로 던져줍니다. 슬퍼할 겨를이 없습니다. 식물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영생이 좋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118328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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